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누크 Feb 28. 2020

코로나 2

드디어;;; 우리 회사 본점에 확진자가 발생했다.

사실 어제 뭔가 좀 한계치 같은 느낌이 들긴 했었다. 난 숨이 가빠서 실내에서는 마스크도 못 쓰겠어서 괜히 눈치만 보면서 앉아있었다. 계속 재난문자만 울려대고 일은 어중간하게 중단된 상태로 다들 이도저도 아닌 상태로 있자니 안 아프던 곳도 괜히 아픈 것처럼 느껴지던 판이었다. 가끔씩 사무실에 적막이 몰려오면 자판 두드리는 소리만 간간이 들리고 숨이 꽉 막혀왔다. 돌아가면서 휴가를 쓰라는 지시에 나는 오늘 휴가원을 올린 상태였다. 퇴근시간이 되자 미칠 것 같아서 바로 인사하고 뛰어나왔다. 집에 돌아오니 그제서야 숨도 크게 쉬고 다리도 뻗고 살거 같았다.

그런데 저녁 먹고 잠시 밖에 나갔다 오니 핸드폰에 난리가 나 있었다. 

확진자 발생 공지 문자와 여기저기서 카톡이 오고가고.. 

지금도 이 상황이 좀 영화 같고 실감이 잘 안 난다. 마침 오늘은 하루 종일 비가 내리고 집에 있기에 좋은 하루였다. 우주인처럼 무장을 하고 슈퍼에 가서 주말에 먹을거리를 잔뜩 사가지고 왔다. 인터넷 주문 했던 것들까지 다 도착해서 지금 냉장고는 식료품으로 꽉 차있다. 

정확한 감염경로도, 걸리면 어떻게 되는 건지, 어느 정도로 앓다가 낫는지, 완치되면 멀쩡한 건지. 항상 잘 모를 때 패닉이 오는 것 같다. 어떤 감염내과 교수가 감기처럼 퍼졌다가 감기처럼 지나갈거라고 했다는데- 그럼 얼마나 좋을까 싶다. 어제 밤부터 회사 본점은 폐쇄에 바로 방역 소독이 시작됐고 오늘은 소수의 필수인력들만 방호복을 입고 들어가서 일했다고 한다. 이번 코로나 바이러스가 에볼라 같은 치명적인 전염병은 아니라서 다행이긴 한데 새삼 인간이 얼마나 취약한 존재인지 다시 느낀다.

아무리 문명이 발전했네 어쩌네 해도, 역시 자연 앞에서 인간은 너무나 너무나 미약하고 작은 존재다.

나도 호흡기가 약해서 너무 걱정인데 다음주는 어떻게 될지. 마침 주말이 껴서 3일의 여유가 생기긴 했는데 조금도 예측이 안된다. 앞으로 우리가 살아갈 미래는 이런 불확실성이 횡행하는 그런 시대이겠지?

그래서 점점 단순해져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냥 사랑하는 사람들과 건강하게 내 몸 많이 쓰면서 사는게 최고인거 같다.

2020년은 최소한 상반기는 코로나로 어영부영 지나가겠구나-



작가의 이전글 코로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