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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누크 May 23. 2020

짜장면

맛있는 짜장면을 먹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아니 사실은 집에서 짜파게티를 해먹으면 매번 일정 수준 이상의 만족을 얻는 반면 짜파게티를 먹을까 아니면 그래도 나가서 짜장면을 사먹을까 고민을 하다가 나간 날에는 반드시 실망하고 돌아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짜장면은 어느 순간이 되면 생각이 나는 음식이라 가고 또 가고 실망을 되풀이하는 중이다.

먹는 게 낙인 나는 외식을 할 때마다 이런 저런 식당을 찾아다니는 게 재미인데 묘하게도 짜장면은 만족하고 다시 갈만한 집을 찾지 못했다. 하나 둘은 생길만도 한데.

주말 저녁은 가볍게 먹고 싶어 면을 많이 찾게 된다. 오늘도 남편이 짜파게티 먹자는 말에 그러자고 했다가 다시 짜장면 집에 도전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정말 오랜만에 마포 현래장에 가기로 했다. 수타짜장을 먹은지도 몇 년이 된 거 같다. 실은 몇 주 전 주말에 오픈 시간에 맞춰 신성각에 갔다가 크게 실망하고 돌아온 터였다. 그간 중국집과 멀리 지내는 사이 또 내 머릿속에는 이상적인 짜장면의 환상이 생겨 있었다.

집에서도 가깝고 해서 부담없이 신나게 발길을 향했다. 마포는 연남동과 함께 나름 중국집들의 성지인 곳이다. 유명한 노포들이 많다. 그리고 대부분 가봤지만 맘속의 한 군데는 정해지지 않았다. 마포에서도 끝에 떨어진 위치지만 역시 유명세 때문인지 주말 저녁에도 가족 단위 손님들이 꽤 있었다.

앉자마자 옛날손짜장을 기세좋게 시켰다. 남편은 수타면 뽑는 것을 보고 싶어했지만 역시 주말 저녁이라 면뽑기는 없었다. 만들어 놓은 면에 소스 얹어서 곧 짜장면은 나왔다. 커다란 양파와 단호박 건지가 푸짐하게 얹혀 나온 짜장면을 정성들여 비빈 다음 먹기 시작했다.

슬프게도 오늘은 정말 기대 이하였다. 짜파게티 먹으려다 나온 거라 그런지 더욱 대비가 되는 느낌.. 

수타면은 쫄깃하고 맛있었다. 그러나 면만 맛있었다. 일단 식당에 와서 일품요리를 받을 때엔, 특히 중국요리의 경우엔 센 불에 갓 조리해서 나온 따끈하고 바삭한 식감을 기대하는데 짜장면은 미지근하게 식어있었다. 게다가 소스도 묽은 것이 어딘지 부족한 느낌이고.. 재료야 어떤 차이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최소한 짜파게티는 쫄깃한 라면 면발을 내가 직접 냄비에 달달 볶아서 먹으니 따끈한 식감과 꾸덕한 소스는 보장된다. 그리고 그것이 면요리의 대부분을 결정하기도 하고. 

생각해보면 면요리는 참 간단하다. 국물에 말아먹는 국수라면 육수를 제대로 우려내고 소스에 비비는 국수라면 소스를 맛있게 만들면 된다. 면이야 퍼지도록 오래 삶거나 혹은 미리 삶아놓은 걸 오래 지나서 내놓는 것만 아니면 아주 큰 차이가 나지는 않는거 같다. 아, 실은 이게 더 어려운 부분인가? 그래도 집에서 만들어보면- 재료를 아끼지 않으면 일반 공산품으로 초보가 만들어도 맛있는게 국수더라.

칼국수, 냉면, 파스타, 쌀국수... 대부분 다시 가는 집들이 있는데 참 의외로 짜장면이 어렵다. 맛있다는 집들을 가봐도 영 그러네. 재밌는 건 짬뽕의 경우는 전문점도 많고 맛도 괜찮은 거 같은데 중국집의 간판메뉴인 짜장면이 오히려 부실하다는 것이다.

앞으로 한동안은 다시 짜파게티로 돌아갈 거 같다. 그러다가 다시 짜장면이 그리워질때쯤 또 다른 집을 시도해 보겠지. 언젠가는 따끈하고 쫄깃한 단골 짜장면집이 생기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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