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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누크 Apr 23. 2020

감성의 장소들

요새는 시각적인 것이 매우 중요해지면서 센스있고 아름답게 꾸민, 개성있는 장소들이 유행이다. 사진으로 보았을 때 아름다운 공간들이 인스타그램을 따라서 빠르게 입소문을 타고 유명해지고. 여러 명칭이 있는데 그 중에 감성이라는 단어를 붙인 이름이 하나의 공식명칭처럼 자리 잡고 있다. 감성숙소, 감성카페 등. 

얼마전에는 부띠끄라는 표현도 있었던 것 같은데. 그때는 시각적인 만족도 만족인데 대형 프랜차이즈가 아닌 주인이 철학과 그만의 컨텐츠를 가지고 꾸민 작은 그만의 공간-이라는 의미로 쓰였다. 물론 그런 곳들이 점차 많아지고 또 시각적인 마케팅이 확산되면서 이렇게 대중화된거 같긴 하지만.

어쨌든 그래서 감성을 붙여서 검색을 하면 그런 개성있는 고퀄의 공간들을 걸러내기가 수월해졌다.

내 생각엔 공간과 컨셉에 그토록 공을 들인 주인이라면 판매하는 제품도 당연히 좋지 않겠는가 하는 것이다. 그 둘은 이어져 있다. 지금까지 식당이나 숙소를 고를 때 항상 그랬다. 가게의 이름만 봐도 대충 감이 온다. 본인의 경험과 색깔을 담은 공간을 만드는 사람들은 작명도 평범하게 하지 않기 때문이다. 말 그대로 그곳은 장인의 공간이다. 

내가 일하는 여의도는 그런 감성에 있어서는 불모지와 같은 곳이다. 아무래도 오피스타운이고 주말에 사람들이 오지 않는 곳이다보니 가게들이 장사를 유지하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소소하고 예쁜 가게보다는 직장인들의 주중 점심 저녁에 알맞은 가게들이 주를 이룬다. 

그런 와중에서도 한 두개씩 '감성카페' 같은 곳들이 문을 열기 시작했다. 오늘 아침엔 이상하게 배가 많이 고팠다. 샌드위치라도 하나 먹고 싶은데 생각나는 곳이 없었다. 구내매점에선 편의점에서 파는 일반적인 샌드위치를 파는데 크기도 크거니와 썩 먹고 싶은 외관도 아니다.

갑자기 최근에 새로 생긴 진실롱이라는 카페가 생각났다. 이 부근에 보기 드문 감성카페다. 디저트도 같이 취급하는. 작은 카페지만 뭔가 요즘 유행인 따뜻한 무드로 꾸민 곳이다. 그래서 무작정 거기를 가봤다. 역시! 모닝샌드위치도 팔고 있었다. 게다가 센스있게 모닝빵 사이에 에그포테이토 샐러드를 듬뿍 발라넣은 작고 귀여운 샌드위치로. 여자들 취향저격이네. 크기가 작아서 금방 먹기도 좋고 부담도 없다. 

의식주 중에 뒤쪽의 두 개는 대충 정착이 되어 가는거 같은데 아직도 좀 아쉬운건 옷이다. 언젠가 내가 원하는 크지 않은 규모의 편집샵이 생겨서 적당한 가격에 취향에 맞는 옷들을 헤매지 않고 그 집에서 쑥쑥 골라서 살 수 있으면 좋겠다. 옷은 취향을 많이 타고 가지수가 다양해서 그런지 의외로 나한테 맞는 가게를 찾기가 힘들다. 

시각적으로만 화려하고 알맹이 없이 소비만 풍요로워지는 추세 같지만 또 그 와중에 여기저기 작고 알찬 컨텐츠들도 늘어나고 있어 위안이 된다. 언젠가 나도 이런 공간을 만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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