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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누크 Apr 15. 2020

뭐든지 빨라야 하는

작년 초에는 인대 부상이 있었고 조금 나아갈만하니까 한일관계가 급격하게 악화되었고 그 다음에는 예기치않은 자리 이동이 있었고 그래서 올해 초부터 다시 해외여행 계획을 한번 세워볼까 했더니 코로나 사태가 발발했다. 이번거는 여파도 꽤나 오래 갈 것 같은데... 결국 나의 해외여행은 저 멀리로 날라가버렸다. 제작년 독일에 다녀온 이후론 제주도 외엔 딱히 서울을 벗어나 본적이 없는데.

한편으로 멀리 가는 것에 그다지 매력을 느끼지 못해서 이젠 가까운 곳으로 눈을 돌리던 차였다. 게다가 제주도에 가며 알게 된 스테이폴리오를 통해 여행 숙소 쪽으로 즐거운 변화를 느끼게 되어 국내 쪽으로도 관심이 많이 생겼었다. 

천편일률적인 호텔말고 주인의 개성과 이야기가 담긴 한 채의 집으로 묵으러 가는 것은 여행의 큰 재미다. 집의 건축부터 인테리어, 조식 서비스, 프로그램 등 숙소에 담긴 컨텐츠는 매우 다양하다. 그런데도 대부분 이런 숙소들이 호텔보다 가격이 저렴한 걸 보면 참 신기하다. 

원래 가고 싶었던 곳은 경주와 안동 쪽이었는데 경북 지역 여행은 아무래도 좀 그렇다는 남편의 말에 지점 생활 하면서 정작 돌아보질 못했던 남도 쪽으로 위치를 잡았다. 엠티를 세번을 갔는데 매번 똑같은 장소로만 가서 참 아쉬웠던 지점 생활. 광주를 기점으로 360도에 참 아기자기하고 아름다운 곳들이 많은데. 결국 내가 갔던 곳은 지리산 화엄사 근방과 순천만 뿐.

이번에는 구례, 하동 등 섬진강 근방과 남해를 찍어보기로 했다. 사실 남해의 풍광과 숙소에 대한 평을 심심찮게 들었던 것에서 장소 결정이 시작됐던거 같다. 코로나지만 역시나 한번 있는 황금연휴인데 예약상황이 어떤가 하고 봤는데... 역시!

이 근방이 이미 유명한 여행지이고 또 그런 아기자기한 숙소들도 상당히 많다는 걸 이번에 처음 알았다. 그러나 동시에 가격이 저렴하고 멋진 숙소들은 모두 예약 끝이었다. 황금연휴 내내. 코로나 여파 따위는 없었다.

처음엔 남해에 맘에 드는 숙소가 있어 충동적으로 1박 걸면서 시작했는데 오히려 구례나 하동 쪽을 나중에 찾아보게 되면서 더욱 여행가고 싶은 맘이 강해졌다. 굳이 유럽이나 일본을 안 가도 우리나라 남쪽도 이젠 아름다운 곳들이 너무 많은 거 같다. 교통도 숙소도 십년전과는 매우 달라진 느낌. 다녀오면 더 확실히 알게 되겠지. 그러나 인기 많은 숙소들이 이렇게 빨리 예약이 찬걸 보고 다시 한번 쓴웃음이 나왔다. 제주도도 항상 막판에 결정해서 비행기표 취소표 잡느라 고생을 했었는데. 우연히 점심먹게 된 선배랑 얘기하는데 역시나 하동쪽으로 묵으러 간다기에 어디냐고 물으니 유명한 그곳. 언제 예약하셨냐고 하니 이미 몇 주 전이란다.

조용한 시골마을에 합리적인 가격으로 좋은 프로그램으로 가는 것까지는 좋았는데 우리나라에서 하나 바뀌지 않을 것은 아마 치열한 경쟁이 아닐까 싶다. 뭘 해도 한참 전에 미리 계획세우고 예약해야 하는것...!

다들 취소할 각오 하고 예약해놨다는데 그 미리미리 준비하는 자세에 난 다시 한번 감동했다.

그래도 여기저기 뒤지다가 어떤 작은 다원의 한옥민박을 잡게 됐다. 실제 후기는 어떨지?

여행에 대한 의욕이 오랜만에 생겼는데 벌써부터 기분이 좋다. 딴 건 됐고 날씨나 좋았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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