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누크 Nov 10. 2020

다시 보고 싶은 글

현대 소설을 보려다가 매번 접고 접었던 나는 최근 모 여류작가의 수필을 읽고 정말 글을 잘 쓴다고 감탄하며 다시 장르에 도전했다. 주요 문학상 수상집들을 연도별로 이것 저것 골라서 보았다. 최근 문단을 구성하고 있는 작가들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계속 이름들이 겹쳤다. 

예전 내가 읽을 때마다 힘들었던 것은 소설들이 대부분 외로움, 자살, 이혼, 소수자 등 굉장히 어둡고 센 느낌 일색이었기 때문이다. 그것이 우리가 사는 이 시대의 본모습이고 가장 주목해야 할 진실이라고 한다면 할 말은 없다. 그리고 맞는 말이기도 하다. 또한 고전이라고 불리는 옛날의 문학들을 보면 그 시대의 비참한 실상을 그린 것들이 많기도 하다. 그러나 그 고전들은 그렇게 어둡고 괴롭다가 끝나지는 않았다. 그 가운데서도 따뜻한 인간미가 있었던 것 같고 보편적인 감동도 있었던 것 같다. 그런 고전까지 아니더라도 다 본 후에 보고 또 보는 작품들을 보면 그렇게 황폐하고 어둡기만 한 것들은 한 개도 없다. 건조하고 리얼하게 그렸더라도 그만의 인간미와 위트가 항상 느껴졌었다.

반면 최근 한국의 문학작품들은 그저 어둡고 황폐한 느낌으로 끝난다고 느끼는 건 그냥 내 감상일 뿐일까? 사실 옛날에 죽음과 체념의 정서 때문에 가장 어둡다고 느껴졌던 것은 일본 문학이었다. 그러나 요즘엔 그 와중에 오히려 몇몇 작가들의 책은 사서 여러 번 보고 싶은 것들이 있었다. 아쉽게도 아직 나만의 한국 작가는 발견 못했다. 힘들 때와 즐거울 때 계속해서 다시 보고 싶은 책을 만나고 싶다. 비현실적이고 동화 같은 이야기는 더 이상 감흥을 주지 못한다. 건조하고 황폐해진 요즘 시대에 진실한 이야기로 따뜻함을 전한다는 것은 정말 쉽지 않은 일인 것 같다. 그런 이야기를 읽고 또 쓰고 싶다.

작가의 이전글 홍대입구, 밀로커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