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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누크 Mar 14. 2021

오뚜기처럼

건강을 향해서 그리고 삶을 향해서

지난주 금요일 갑자기 다쳤던 왼쪽 발목이 아팠다. 특별히 길게 걷지도 않았고 아무런 사건도 없었는데 그냥 갑자기 욱신욱신 아프기 시작했다. 저녁이 되자 통증은 심해져서 2년 전 인대가 파열됐을 때와 정확히 비슷한 느낌으로 그 자리가 쑤셨다. 힘을 줄수도 없고 집안에서 걷는 것도 불편했다.

수술을 안 하기로 결정하고 나는 그냥 시간을 보내면서 기다렸다. 몸의 여러 군데가 아플 때마다 병원에서 해줄수 있는 것이 거의 없다는 걸 알았고 물리적인 부상조차도 크게 다르지 않다는 걸 다시 확인했었다.

다행히 병원에서 강조한 발목 재활운동의 모든 동작들은 요가원에서 하는 동작들의 일부분이었다. 무리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동작하는 요가의 특성으로 나는 발목에 대해 잊고 천천히 그리고 꾸준히 그렇게 시간을 보냈다. 1년 넘는 시간이 그렇게 흐르면서 어느새 난 문제없이 걷고 뛸 수 있게 되었고 너무나 다행이라고 안도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렇게 1년이 넘게 시간이 흐른 어느 날 아무 이유도 없이 초기의 통증이 그대로 살아나자 절망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한번 다친 발목은 영원히 약한 상태로 간다는 말이 다시 떠오르면서 예민하고 약한 몸으로 살면서 생긴 트라우마가 다시 나를 괴롭혔다.

이틀이 그렇게 흘렀다. 다행히 통증은 수그러들었다. 그래도 쉽게 수그러들었다. 왜 아팠는지는 아주 어렴풋하게 추정할뿐이지만 그래도 나에겐 작은 희망이 생겼다. 주가 그래프처럼, 몸도 이런 것이겠지 하고 나는 생각했다. 우상향 직선이 아닌, 내리고 또 내리면서 바닥을 다져가면서 상향하는 그런 거라고. 앞으로도 또 이런 통증이 오겠지만 그걸 딛고 계속 운동하면서 건강해질 거라고 말이다.

그렇게 발목 통증이 수그러들면서 더 큰 산이 다가왔다. 입사 후 누적된 체력 저하와 함께 안 좋아진 나의 생리통. 최근 몇 년 너무 심한 고통을 겪다가 난 이번에 어떤 약사의 블로그 글을 읽고 찾아가 상담을 받고 약을 먹는 중이었다. 이제 한 달. 어떤 명약이라도 수 년에 걸쳐 안 좋아진 몸을 한번에 낫게 하지는 못한다. 그건 알고 있었지만 또다시 친숙한 통증이 엄습해오자 다시 한번 나는 무너졌다. 

아무리 마음을 강하게 먹으려고 노력해도 아플 때마다 느끼는 것은 인간이란 참으로 나약한 존재라는 것이다. 인생의 수많은 본질적인 고통 앞에서 인간은 할 수 있는 것이 거의 없다. 받아들이고 견디고 또 견디고. 그러면서 해결방법을 찾아 수없이 몸부림치는 과정의 연속일 뿐.

아픈 주말에 참으로 좋은 책을 읽었다. 간만에 너무 좋은 책을 만나 큰 위안이 되었고 잊고 있던 옛날 생각도 하고 음악도 많이 들었다. 원래 오늘 그 책에 대해 쓰고 싶었다. 그러나 통증이 하루를 모두 덮고 나니 지금은 제3의 주제에 대해 편안하게 안정되게 이야기를 할 수가 없다.

앞서간 위대한 사람들 또한 수많은 고통을 겪으며 살았다. 심한 절망이 올 때마다 이걸 딛고 오뚜기처럼 다시 일어나서 살아야 한다. 그래서 고전, 클래식이 힘이 되는지도 모르겠다. 인간은 나약하고 인생이 너무나 고통스럽기 때문에 나와 이 시대를 넘어서 영원히 지속되는 무언가가 절실한 것이다. 이젠 정답이 아닌 나를 지탱해 줄 수 있는 무언가가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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