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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누크 Jun 17. 2021

건강한 밥 먹기

정답은 뭘까

지난번에 쌀을 주문하는데 요새 건강이 트렌드라 그런지 항상 오분도미, 쌀눈쌀 등의 옵션이 있어서 매번 백미만 먹던 내가 순간적인 호기심에 오분도미로 주문서를 넣고 말았다. 그래도 완전 현미는 아니고 오분도미니까 먹을만 하겠지, 하면서 쌀을 받았는데 받고보니 그냥 갈색 현미쌀이었다. 

생각해보니 예전에도 아빠랑 난 현미밥을 안먹었었다. 아빠는 어려서 시골에서 너무 먹어서 싫다고 안 먹었고 난 소화가 잘 안 되서 안 먹었다. 오래 되어서 잊고 있었는데 현미가 아무리 영양이 많아도 위장이 안 좋은 사람은 소화 흡수가 잘 안 되니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얘기도 있었다. 쩝.. 맞벌이 부부가 먹다보니 5kg 박스가 작아보여도 꽤 오랫동안 먹는데... 일단 먹어보자 생각하고 냉장고에 넣었다.

그런데 밥을 해보니 생각보다 딱딱했다. 엄마는 평소에 조금씩 덜어서 물에 불려 놓았다가 그때그때 해먹으라고 했는데 그마저도 직장 다니면서 분초 다투면서 밥을 지어먹는 나로서는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었다. 그냥 취사가 20~30분, 잡곡취사는 40분인데 항상 느끼지만 주중에 밥 해먹을때는 10분 차이가 꽤 크다. 일반 취사조차도 시간소요가 부담되서 자꾸 면이나 빵에 밀리는 판인데.

남편은 고소하고 맛있다고 잘 먹었지만 정작 나는 우려했던 대로 속이 아주 편하지가 않았다. 3개의 페트병에 꽉 차있는 쌀을 보니 더욱 부담이 되서 소화가 더 안 되는 것 같았다. 그러나 멀쩡한 쌀을 버릴 수도 없고 나눔을 해볼까 어쩔까 고민하면서 결국 꾸역꾸역 다 먹어치웠다. 어제 드디어 다시 일반 백미를 주문했는데 도착한 쌀을 보니 마음 속이 후련해지는 느낌이었다.

그동안 또 건강을 위해서 온갖 콩이며 귀리, 보리쌀 등 잡곡도 차곡차곡 쟁여놨었는데 현미쌀이 등장하면서 기타 잡곡은 모두 올스탑 상태였었다. 건강하게 살자고 참 다들 노력 많이 하는데 요즘 느끼는 건 오히려 비워 가야 한다는 것. 영양 과잉이야 아니겠지만 소화 기능이 떨어진 상태에선 뭘 많이 집어넣어 봐야 역효과일 것이다. 

약이랑 영양제 빠져서 아이허브 헤맬 때도 비슷한 맥락이었는데 아무리 좋은 약 많으면 뭐 하나- 삼키면 속에서 부대끼고 소화도 안 되는 것을. 스트레스는 차치하고 이젠 조금 먹고 최대한 비우고 많이 움직여야 하는 나이가 된 것 같다. 조금 그 나이가 일찍 온 거 같아서 아쉽긴 한데 아마도, 생활방식이 너무 바뀌어버린 현대인의 숙명인지도? 날이 더워져서 이제 또 소화 안 되는 계절이 왔다. 최대한 식탐을 줄이고 가벼운 생활을 하도록 노력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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