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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누크 Aug 29. 2021

스케일링

일년 중 가장 가장 두려운 행사

치아도 관리가 매우 많이 필요한 부분 중 하나다. 오복 중 하나라고, 이가 약하고 아프면 일단 먹는 걸 제대로 못하고 소화에도 영향이 있기 때문에 행복에 지대한 영향을 주는 부분이다.

난 이도 약한 편이고 턱관절이니 이것저것 엮여서 얼떨결에 어렸을 때 교정도 한 판 했었고 나이 드니 잇몸도 예전같지 않아 치과는 너무 무서우면서도 안 가면 계속해서 스트레스를 받는 그런 곳이 돼버렸다. 건강검진 할 때 치과도 한번 보긴 하는데 매번 듣는 얘기가 비슷해서 이젠 자포자기하는 심정이다. 몸 다른 곳 어디는 안 그렇겠냐만 참 타고나는 게 중요하다. 특히 뼈대, 관절 쪽은 더욱 그렇다. 어렸을 때 그렇게 양치 교육을 받지만 실제로는 대충 안 닦고 자도 충치가 잘 안 생기는 치아가 있고 세수 안 하고 자도 여드름 안 나는 피부가 있다는 건 나이가 꽤 들고 나서 알게 되었다.

나이가 더 들고 나니 충치도 충치인데 치석의 경우 정말 사람마다 치아마다 달라서 유달리 치석이 잘 생기는 사람이 있다고 한다. 놀랍지 않게도 이가 약하고 안 좋은 사람들이 치석도 잘 생긴다. 따라서 스케일링을 정기적으로 해줘야 한다. 몇 년 전 큰 프로젝트를 끝내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스케일링을 하러 갔었다. 실은 홀가분한 마음이라기보다는 잇몸이 너무 쑤시고 시려서 간 거였다. 스케일링을 하다가 중간에 그만두어야 했다. 피가 너무 많이 났고 심하게 아파서 진행을 할 수가 없었다. 선생님은 너무 피로가 쌓였나 보네요, 몇 달 푹 쉬고 다시 오세요 라고 했는데 이후 지쳐서였는지 결국 몇 년을 지워두고 치과를 가지 않았다.

그러고 나서 작년에 스케일링을 오랜만에 하러 갔다가 정말 눈물을 쏙 빼고 나왔다. 치석이 잘 생기고 이가 약한 사람은 그냥 자주 해주는 수밖에 없으니 나같은 사람은 1년에 2번 옵션을 생각해 보라는 조언을 들었다. 몸에 너무 힘을 주고 식은땀을 흘리고 고생을 해서인지 그 이후로는 다음번에 스케일링을 언제 가야 하는지가 항상 스트레스였다.

그렇게 결국 1년을 보냈다. 6개월이 지난 상반기쯤부터 마음 속에 갈까 말까 엄청 망설였는데 일도 바쁘고 이런 저런 핑계로 가지 않았다. 꼭 1년 만에 다시 간 치과. 그래도 정말 다행히... 이번에도 너무 아팠지만 작년보다는 괜찮았다. 교정 유지장치에 치석이 심하게 생기니 또 1년에 2번을 생각해 보라는 말을 들었다. 그러나 유지장치를 제거하는 것은 또 권하지 않는다는 말을 하면서 선생님은 본인도 이 난감한 상황을 다 이해한다고 허허 웃었다. 안 하면 관절에 큰일 난다고 해서 했던 교정인데, 이랑 잇몸은 약해졌고 거기에 관리도 힘들어서 치석은 더 생긴다고 하고, 그러나 유지장치를 빼면 이는 더 틀어진다고 하고... 이거 대체 뭐하자는 얘긴지. 칫솔질 잘해주라는 얘기와 함께 한쪽 어금니는 너무 잦은 칫솔질로 치아 겉면이 살짝 떨어져 나가서 시리다고 했다. 칫솔질을 열심히 하면 이가 떨어져 나가고, 살살 하면 치석이 생긴다고 하고. 난 난감한 심정이 되었다. 역시 치아는 단단하게 타고나야 하는 법... 엄마는 마흔이 다 되어 처음 치과를 갔었고 물론 나이가 든 지금도 가면 치석이 잘 없다고 한다. 반면 치아 쪽이 약한 친가 유전으로 아빠는 이 때문에 무진 고생을 하고 계신다. 그걸 옆에서 보고 있자면 남 일 같지 않아 슬프고 걱정된다. 친구들 중에서도 스케일링 받을 때 그렇게 아프지 않다고 하는 애들도 꽤 있다. 아마 그들은 이해 못하겠지. 이 몸서리쳐지는 고통을!

딴 건 모르겠는데 그 귀청을 찢는 것 같은 소리가 안 들리든지 아니면 신경을 제대로 건드리는 예리한 통증이 없던지 둘 중에 하나만 되어도 참고 받아볼 것 같다. 두 개가 콜라보 되면 정말... 이건 고문이다 ㅠ 의자에 누울 때부터 요가 명상을 생각하면서 호흡을 하고 엄청 애를 썼다. (물론 거의 소용없긴 했다) 문득 치과에서 요가원에서 듣던 명상음악 같은 게 흘러나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그 얘기는 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시간이 끝나고 나면 눈물과 땀과 긴장 끝 안도감이 찾아오며 내 자신을 위로하면서 앞으로 한 동안은 잊고 살 수 있다는 생각과 함께 치과를 나오곤 한다.

나의 소원은 향후 치과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하여 내 이가 모두 버티지 못하더라도 건강한 인공치아를 장착하고 잘 먹고 잘 사는 것이다. 사실 지금 흘러가는 걸 보면 그다지 현실성 있어 보이지는 않는다. 된다 하더라도 다수가 부담없이 이용할 수 있는 기술은 아니겠지.

그때까지는 어쩌겠는가. 나름대로 양치도 열심히, 천일염 사용도 열심히, 그리고 눈물의 스케일링도 정기적으로 받아가면서 관리하며 사는 수밖에. 

참. 이번에 우연히 치석에 대해 찾아보았다. 음식물과는 전혀 관련이 없다고 한다. 타액과 잇몸에서 분비되는 무기질 (칼슘, 인 등)이 70%를 차지하며 잇몸과 이 사이의 공간에 딱딱하게 굳어지다가 결국 잇몸 안으로 침투한다고. 이런 건 대체 왜 생기는 것일까... 인체의 구성은 신비한 법인데. 알다가도 모르겠다.

일단 이도 이지만 잇몸이 건강한지가 핵심인 것 같다. 나만 해도 잇몸이 꺼져들면서 예전엔 없던 공간들이 많이 생기고 있으니 말이다. 그 부분이 시림 현상 발생지역과도 정확히 일치한다. 건강과 관련된 공부는 정말이지 무궁무진하다. 다가오는 시대의 주력 산업은 바이오 헬스케어라고 하는데 나의 웰빙을 위해서라도 스스로 열심히 공부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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