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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누크 Aug 29. 2021

충무로, Sector Coffee Bar

어디나 카페 전성시대

서울은 그 어느때보다도 화려한 카페 전성시대를 맞이한 것 같다.

주말마다 동네마다 좋은 카페, 새로운 카페가 계속해서 생겨서 하나씩 방문해도 영원히 끝이 나지 않을 것 같은 기분마저 든다. 대체 왜 이렇게까지 카페가 성황인가 가만히 생각해보면 역시나 서울의 열악한 주거환경 때문에 사람들이 시간을 보내는 대체공간으로 집이 아닌 카페를 선택했다는 결론이다. 밝고 넓은, 다른 사람들과 연결돼 있고 집에서는 실현할 수 없는 인테리어를 즐길 수 있는 그런 공간. 조금 슬프긴 하지만 어쨌든 그것이 요즘 서울의 현실이다.

특히 시내는 이런 다양한 공간들이 실험적으로 너무나 많이 생겨나는 것 같다. 을지로는 물론이고 충무로는 예전에는 정말 딱히 올일이 없는 동네였는데 이곳에도 가고 싶은 곳 리스트가 길어지고 있다. 이 동네에서 제일 먼저 시도했던 곳은 전망이 끝내준다는 로이터 셸터였다. 이런 동네의 장점은 공간이 여유가 있고 시원스럽다는 것. 로이터 카페도 두어번 갔었는데 최근엔 뜸했다.

오늘의 카페는 충무로역 바로 앞에 위치한 섹터 커피 바. 여긴 매체에서 몇 번 봤던 곳인데 일단 커피가 유명하다 하여 그리고 접근성이 좋아 한번 가보자 하다가 오게 된 곳이다. 이미 가본 사람들의 평이 하나같이 좋았다. 일요일 3시쯤 왔는데 자리가 대충 차 있었다. 이런 시간에 이 동네에 왔다는 것은 이 카페를 목적지로 하여 왔다는 것인데 참 신기했다. 학생들을 비롯하여 다양한 사람들이 이야기를 하기도 하고 노트북으로 작업을 하기도 하며 활기찬 분위기를 이루고 있었다.

통창의 시원한 분위기, 널찍한 공간, 깔끔한 인테리어에 메뉴도 좋았다. 커피와 베이커리가 모두 비건 옵션이 가능한 것도 인상적이었다. 오트밀 라떼에 두부 브라우니를 시켜보았다. 가격도 맛도 모두 좋았다. 좌석 중에는 포근하게 칸막이가 쳐진 자리도 있어서 커플들이 나란히 앉아 작업을 하고 있었는데 여러 면에서 다양하고 여유있게 꾸며진 공간이었다. 테이블 자리는 의자가 매우 편안하고 여기저기 컨센트도 많아서 작업하기에 아주 좋은 카페라는 평도 있었다. 그리고 이미 유명해진 것 같았다 ㅎㅎ



아침에는 부동산 강의를 하나 보았다.

집값 예측은 모두가 다르다. 정답이 뭔지도 알 수 없다. 가격은 수요와 공급이 만나서 결정하기에 상대적인 차이와 시장의 심리가 결정할 것이다. 이미 급등 열차에 올라타는 시기도 놓쳤고 이젠 관망하고만 있지만 이런 강의는 볼 때마다 속이 안 좋아진다. 평생 이런 환경에서 과열 경쟁을 견뎌가면서 살아야 할 것인지 너무나 답답하다. 코로나 때문에 많은 자영업자들이 어려운 시기를 맞고 있으나 인기가 쏠리는 곳들은 여전히 예약경쟁이 치열하다. 그러나 그 와중에 이렇게 숨 돌릴 공간들을 잘 찾을 수 있는 것은 수요 이상의 공급이 가능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렇게 모두가 다양한 자기만의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최소한의 가능성이 보장되어야 살기 좋은 사회다. 카페는 그것이 가능하지만 서울의 주거는 공급 확대도 아파트, 높고 빽빽한 아파트 일색이다. 그리고 그마저도 나의 한 채를 확보하기가 너무나 힘들다. 나이가 들수록 실제 내가 살아가는 곳과 다양한 공간들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살기 좋은 곳으로 가고 싶고 또 만들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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