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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누크 Sep 05. 2021

염증

슬픈 일기

스케일링을 그렇게 힘들게 받고 개운한 마음으로 다시 시작해보자, 하고 있었는데 이게 왠걸 덜커덕 4일 만에 잇몸에 염증이 시작됐다. 그전에도 피곤하면 잇몸이 좀 붓고 아프고 이런 적은 있었지만 이번 염증은 하루 만에 들불처럼 번져서 오른쪽 전체가 이가 다 흔들리는 것처럼 쑤시고 아팠다. 시작은 맨 안쪽 어금니였다. 그런데 너무 빠르게 전체로 번져서 저녁이 되자 침도 못 삼킬 정도가 되었다. 기분에는 목이나 임파선까지 부은 것 같았는데 너무 아파서 아, 이게 치통의 위력이구나 하는 걸 새삼 느꼈다. 결국 잠을 설치고 타이레놀까지 먹었지만 밤까지 심하게 고생하고 다음날 아침에 바로 치과를 찾았다. 

생각보다 더 힘빠지는 설명. 감기와 마찬가지로 우리 몸은 항상 세균과 대체 상태인데 면역력이 어느 선 이하로 떨어지는 순간 훅 염증이 생긴다는 것이었다. 다만 맨 안쪽은 어금니 마모가 심해 잇몸이 더 올라와 있는 상태라 앞으로도 쉽게 염증이 생길 수 있다며 의사 선생님은 나의 구조적 결함을 무척 안타까워했다. 그걸 듣는 내 심정은 어땠겠는지. 이미 스케일링 받던 날에 내 치아건강과 향후 나이 든 후의 고통을 생각하며 마음이 많이 심란했었는데... 이 무서운 치통을 겪고 또 구조적으로 계속될 거라는 말을 듣고 나니 눈물이 나지 않을 수 없었다.

항상 반복되는 의문이지만 내 일상에 큰 무리는 전혀 없었다. 환절기라는 외부 요인 정도가 있었겠지만 그렇다고 크게 피곤했거나 추웠던 적도 없었다. 그런데 면역력이 무너져서 어쩌고 이런 얘기를 듣고 있으면 정말로 이게 뭐하자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조용히 약을 처방받아 와서 성실하게 3일간 항생제와 진통제를 챙겨먹었다. 그러나 염증은 쉬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일상생활을 다 초토화시킨 대참사치고는 너무 원인이 불분명해서 너무 맥이 빠지고 기분이 별로다. 

올리브영에서 많은 사람들이 극찬, 추천했던 오쏘몰 이뮨을 만지작거리다가 사지 않고 나왔다. 먹으면 직방 효과가 나타난다고는 하지만, 이것도 또 끊으면 원래대로 돌아오겠지. 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이 건강이라는 것은. 일요일이 되자 날씨도 다시 흐려지고 내 마음도 같이 흐린 주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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