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래미에게서 카톡이 왔다.

부정하고픈 현실

by 지우맘

점심을 먹고 커피 한잔을 주문하고 있는데 갑자기 딸램에게서 카톡이 왔다.

"나 자전거에서 넘어져서 이 빠졌어. 응급실 와서 교정할 때 쓰는 철사로 이 다 제자리에 넣어놨어. 별로 아프지도 않고 내내 깨어 있었어."

이가 제자리에 있다길래 별 일 아니겠지 했다.

커피를 사고 동료들과 티타임을 즐기다가, 갑자기 몇 개가 빠졌다는 건가 궁금해져서 물어봤더니, 위에 앞니 4개가 빠지고 아래도 2~3개 부러진 것 같단다. 갑자기 너무 놀라서 전화를 했는데, 전화가 다시 끊기더니, 통화해도 말은 잘 못한다고 카톡이 왔다.

CT를 찍었다고 했는데 시스템이 고장나서 좀 오래 걸린다더니 한 8시간만에 결과가 나왔는데 윗턱, 아랫턱, 옆턱이 부러졌지만 뇌와 척수는 무사하다고 한다.

대충 구글링해 보니, 이 정도로 턱뼈가 부러질 정도면 뇌나 척수에 문제가 있기 쉽다는데 다행이다.


그렇지만 그건 지금에서나 여유 잡고 "다행" 어쩌구 하는 거지, 당시에는 정말 덜덜 떨려서 아무것도 생각할 수가 없었다. 당장 미국을 가야 된다고 생각해 항공권을 구매하려는데, ESTA 비자도 없네? ESTA 신청이 먼저다. 언제 나올지 모르니, 출국은 하루 미루자. 이 정도 외에는 아무 생각도 할 수가 없었다. 그저 무섭고 또 무서웠다. 아니, 조금 있으면 겨울방학이라 딸래미 한국 들어올 거란 생각에 놀러갈 계획 잔뜩 잡아놓고 들떠 있었는데 이게 무슨 날벼락이란 말인가. 진정이 전혀 되지 않는다. 남편보고 좀 같이 있어 달라고 했지만 남편은 "이럴 때일수록 네가 정신 차려야지"라는 말만 할 뿐, 전혀 위안이 되지 않는다. 그래, 틀린 말은 아니지만 내가 원한 건 그게 아니라구. 하긴 내가 원하는 것이 뭔지도 모르겠고 그 상황에 남편이 뭘 할 수 있었겠느냐마는.


동생들이 집으로 오겠단다. 마음의 여유가 전혀 없는데 어떻게 손님 맞이를 하겠나 싶어 오지 말라고 했다가 집에 혼자 있는 게 더 무서워서 와 달라고 했다. 동생들이랑 있다 보니 조금 진정이 되었다. 이래서 형제가 필요한 건가 싶다. 대충 짐 싸고 다음 날 공항으로 출발했다.


계속 눈물이 흐르고 참담하고 암담하고 울적하고, 한 마디로 그냥 미친년 같았다. 돌아가신 아버지도 원망해 봤다. '아빠는 하늘에서 이런 것 좀 돌봐주시지, 너무 하시네'

내가 잘못한 일들을 떠올리고 이런 것들 때문에 애가 대신 벌을 받나? 싶고.

도무지 진정이 되지를 않는다.

3달 가까이 시간이 흘렀지만 그 날 생각을 하면 여전히 가슴이 쿵쾅거린다.

이를 어째, 어떡하나. 우리 딸래미 어떡하나.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나.

왜 이런 일이 나한테, 딸래미한테 닥치는가? → 이런 생각은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걸 [반지의 제왕] 볼 때 깨달았구마늘, 일이 닥치니 또 이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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