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모든 답을 책에서
04월 15일 월요일
나에게나 남에게나 사랑스럽게 받아들여질 만한 나다움, 도대체 가능하기나 한 건지 모르겠는 그 자기다움을 지니는 것이 얼마나 도달하기 힘든 경지인지 다들 안다.
_ 이슬아, <끝내주는 인생>, 134쪽
과연 이런 종류의 자기다움. 나는 도달한 것이 있을까? 그것이 아니라도 남들 앞에서 자기다움을 지키는 모습 자체가 얼마나 도달하기 힘든 경지인가!
04월 16일 화요일
철학자 마크의 말을 빌리자면 '가장 본능적이어서 가장 활기찬 삶의 한 순간'이었어.
_ 이슬아, <끝내주는 인생>, 126쪽
내가 죽고 나서 다시 하루만 네 삶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하면, 나는 어느 날을 고를까? 이 질문은 품고 산다. (아마도 영화 <원더풀라이프>을 보고 나서부터 이런 질문을 하고 살았던 것 같습니다.) 요즘 나의 대답은 이렇다. 2023년 8월 16일 이후 아무 날이나. 딸이 태어나고 하루도 행복하지 않았던 날이 없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이 문장을 보고 그 이유 중 하나를 알아낸다. 지금 내 인생 무척 본능적으로 살고 있어서 그런 것 같다. 본능적으로 아기에게 젖을 물리고, 이유식을 해 먹이고, 아기를 돌보다 잠이 부족해서 갑자기 쓰러져 쪽잠을 자고. 본능적이고 자연스럽다. 이런 종류의 행복감은 처음인데, 피곤하지만 활기도 있는 것이 참 신기하다.
04월 17일 수요일
남편이 자신의 아내에게 무관심한 태도로 일관하는 근본적인 원인은 아내를 사람으로 대하지 않아서 그런 거라는, 자신이 돈 주고 사 온 것에 불과한 물건 정도로 생각하는 거라는 잔인한 이유를.
_ 원도, <경찰관속으로>. 52쪽
이 문장은 외국인 부인과 그 남편에 대한 글 중에 읽었는데, 과연 나는 내 (외국인) 남편이 소외감을 느끼지 않게 했는지 생각해 보다가, 그의 슬픔과 소외감이 떠올라 눈물이 났다.
04월 18일 목요일
소심하다는 건 뭘 뜻하는 말일까. 남보다 깊이 생각하고 많이 걱정하며 성심성의껏 상대방을 배려하는 행위를 소심하다는 한마디 말로 낙인찍는 건 아닐까?
_ 원도, <경찰관속으로>, 104쪽
그렇다면 나는 소심한 사람들만 좋아하는 거네. 그리고 소심한 사람이 되고 싶고.
04월 19일 금요일
언니, 언니라도 알아줬으면 해. 아는 것을 넘어 기억해줬으면 좋겠어. 얼굴이 네모난 편인 '강늡때기'라는 이름을 가진 할머니의 존재를 말이야.
_ 원도, <경찰관속으로>, 92쪽
강늡때기 할머니 이야기를 책에서 읽은 지 4일이 지났다. 계속 생각이 나서 이 문장을 적었다. 이름도 없고, 아버지란 사람이 붙여 준 이름이 얼굴이 늡때데하다고 강늡때기라고 지었단다. 출생신고도 되어있지 않은 할머니의 삶. 이런 삶이 있다는 것도 모르고 나는 잘만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