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모든 답을 책에서
05월 06일 월요일
‘나는 이렇게나 달라’
‘근데 사실 이렇게 같아, 너랑’
‘네가 느끼는 것을 나도 느낄 수 있어’
거기서부터 확장되는 세계가 또 있다는 말이에요.
_ 이슬아, 폴인 인터뷰 중에서
오늘 문장은 책이 아니라 인터뷰에서 찾았어요. 요새 이슬아 작가 글을 연달아 읽으니 그녀가 궁금해서 인터뷰를 찾아 보다가 이 말을 건졌습니다. (재미있는 인터뷰가 무척 많습니다. 심지어 그녀의 결혼식 영상은 20만 회를 자랑해서, 그녀가 자신의 창작물 중 가장 인기를 얻은 것은 그것이라고!ㅋ) 요즘 저는 세상과의 접촉면을 늘리고 싶다는 욕구가 더 강해지는데요. 그래서 이 문장이 더 와닿나 봅니다. 나와 다른 사람과 같은 것을 느끼는 것. 거기서부터 확장되는 세계라는 키워드를 생각해 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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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중 가장 좋은 계절이네요. 밖에서 개구리 소리와 함께 부드러운 바람이 들어와요. 아기는 자고, 책상에는 어서 읽고 싶은 책이 두 권이나 놓여 있어요. 헤헤. 날씨가 이러니 절로 밝은 생각이 많이 나네요.
05월 07일 화요일
숙면은 새사람이 되는 다양한 방법 중 하나다. 푹 자고 일어나면 어느새 새로워진 자신을 만날 수 있다.
_ 이슬아, <끝내주는 인생> 149쪽
이렇게 다시 태어나면 생일인 거래요. 이 꼭지 글에서 이슬아 님은 숙면으로 다시 태어나 생일 파티를 합니다. (꿀벌의 이모저모를 알아가며 새로 태어난 친구와)
오늘도 새로 태어나기 좋은 날인 것 같아요. 창밖을 보고 놀랐어요. 가시거리가 이렇게 넓은 날은 드물잖아요. 이런 날은 새롭게 보이는 것들이 많으니 새사람이 될 가능성도 더 크지 않을까, 마음대로 생각해 봅니다. 그런 의미에서 평소라면 읽지 않을 것 같은 책을 읽어 봐야겠습니다. 새사람이 되는 다양한 방법 중 제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책을 읽고 새사람이 되는 것이 거든요.
근데 새사람이 되는 방법, 또 뭐가 있을까요? 알려주세요. 나만의 방법!
05월 08일 수요일
수업에서 아이들과 나는 이따금씩 주어를 바꿔가며 글을 썼다.
나는 너는/엄마는/아빠는/할머니는/할아버지는/언니는/오빠는/형은/누나는/몸이 아픈 내 친구는/영상 속 그들은/소는/돼지는/닭은 (..)
그러자 우리의 마음이 바빠졌다. 주어를 늘려 나갔을 뿐인데, 나에게서 남으로 시선을 옮겼을 뿐인데, 그가 있던 자리에 가봤을 뿐인데. 안 들리던 말들이 들리고 안 보이던 것들이 보였다. 슬프지 않았던 것들이 슬퍼지고 기쁘지 않았던 것이 기뻐졌다.
_ 이슬아, <부지런한 사랑>, 6-7쪽
박완서 작가의 글 중독 건에 이어 이슬아 작가에게도 비슷한 증상을 겪고 있습니다. 이 말을 듣고 미리 님께서 너무 다른 두 사람에게 빠진 것 아니냐고 했어요. 1931년생과 1992년생이지만, 외모도 말투도 너무 다른 둘이지만, 제 생각에는 같은 시대에 태어났다면 둘이 친구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이번에 읽는 책은 아이들과 글쓰기 수업을 하면서 듣고, 보고, 생각한 것에 관한 내용입니다. 일단 프롤로그에서 찾은 이 문장을 보고 책으로 숨 참고 러브다이브 중입니다.
내가 도대체 이슬아 작가의 글을 왜 좋아하나, 분석을 해봤습니다. (이렇게 쉽게 마음을 빼앗길 수 없지, 하면서 거리를 뒀는데도 빠졌거든요. 저에게 이유를 던져줘야 했습니다) 몇 가지 이유가 있지만 - 가장 큰 이유는 이슬아라는 사람이 기본적으로 무척 성실해 보였기 때문입니다. 한 번에 다양한 직업을 가지고, '일간' 이슬아를 발행할 만큼 매일 책임감을 가지고 부지런하게 사는 사람. 그런데 삶에 찌들지 않고 흥을 유지한 채 사는 모습. 이 점이 참 마음에 들었습니다.
성실하다는 미덕은 자주 과소평가 되는 것 같습니다. 재능에 더 큰 손뼉을 쳐주는 사람들이 너무 많습니다. '그래, 성실하기라도 해야지.' 이런 말도 자주 들리고요. 근데 성실하게 사는 게 얼마나 어렵습니까? 우리도 리추얼 하면서 깨닫잖아요. 1, 2주는 즐겁게 리추얼을 해냅니다. 마지막 주는 한두 번 하면 많이 한 거죠. 지치지 않고 성실하게 삶을 꾸려가는 것은 무척 과소평가 되어있다고 생각하는 저에게 부지런하게 사는 그녀는 응원하고 싶은 사람이더군요. 그녀의 글, 더 읽어 보겠습니다. 부지런히.
05월 09일 목요일
추위를 막아주는 문화적 적응의 혜택을 스스로 저버리고 나니 그야말로 난데없이 겨울 숲에 떨어진 열대유인원 신세다. 이런 조건에 훌륭하게 적응한 미국 박새를 보니 나 자신이 초라하게 느껴진다.
_ 데이비드 조지 해스컬, <숲에서 우주를 보다>, 33p
가끔 까먹어요. 아, 나 열대 유인원이지. 몸을 데우는 것보다 식히는 것을 훨씬 잘하는 동물이지.
매주 토요일 아침 7시는 제가 오리발을 끼고 수영장을 뺑뺑 도는 시간입니다. 어제도 항상 힘 빠지는 코어와 허리에 힘을 주고 10바퀴를 빠르게 돌았습니다. (옆 레인 다른 회원님보다 빨리 들어오고 싶었습니다. 목구멍에서 피 맛이 나는 것 같기도 했습니다.)그랬더니 어찌나 더운지 혀까지 내밀고 숨을 몰아쉬었습니다. 수영 강사님에게 물 온도를 좀 차갑게 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 미간 찡그리고 말하려다, 간밤에 읽은 이 문장을 떠올렸습니다. 아, 나 열대 유인원이지. 불평 말자 더워서 다행이지 이 복장으로 차가운 물에 있었으면 얼어 죽는다.
05월 10일 금요일
나는 만다라만 한 면적에 숲의 모든 생태 이야기가 담겨 있다고 믿는다. 사실, 숲의 진면목을 또렷하고 생생하게 보려면 주마간산으로 전체를 훑어보기보다는 작은 면적을 꼼꼼히 뜯어보는 게 낫다.
_ 데이비드 조지 해스컬, <숲에서 우주를 보다>, 33p
이곳에서 전도 받아 병렬독서를 하고 있습니다. 지름이 1미터를 약간 넘는 원 크기의 숲의 일부분에서 우주를 보겠다는 작가의 이야기입니다. 무슨 이야기를 할까 너무 궁금해서 빨리 읽고 싶지만, 또 병렬독서하는 이슬아 작가 책도 또 읽고 싶어서 마음이 너무 바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