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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후나 Sep 26. 2024

9월의 밑줄(3/3)

책에서 인생의 모든 답을 찾는 중

09월 16일 월요일 기록  


타고난 재능이 있다고 해도 그것운 어디까지나 시한부 선물 같은 것. 과거의 나를 넘어서면서, 내가 나한테 지지 않으면서, 남 잘되는 일 같은 것엔 신경끄면서, 자신을 제대로 지켜보면서 끊임없이 스스로 성장시켜나갈 수 있을지가 진짜 재능의 승부처일 것이다.

_ 임경선, <자유로울 것>


09월 17일 화요일 기록  


불안이는 어떻게 다르게 이야기하자면 열심이예요.

_ 김하나, 팟캐스트 <여둘톡> 중에서

09월 18일 수요일 기록  


어쩌면 누군가에게 가장 궁금한 것은, 그가 무엇에 진실로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지가 아닐까 한다.

_ 정지우, <행복이 거기 있다. 한 점의 의심도 없이>


댓글 남겨주세요. 너무 궁금해요.

무엇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으신가요?

저요? 당장 생각나는 건 체력인데 너무 시시하네요.


09월 19일 목요일 기록  


언제나 주변에 내가 하는 일을 지켜보는 사람이 있어야 마음을 다잡는데 도움이 된다. (김경형)
_ 주성철, <데뷔의 순간>

9월 20일 금요일 기록  


나도, 되도록, 생각한 바와 주장하는 바를 글로 쓰지 않고, 다만 내가 직접 만났거나 직접 겪었던 일들만을 글로 써보고 싶어졌다. 나를 뺀 세상의 전부, 내가 만난 모든 접촉면이 내가 받은 영향이며, 나의 입장이자 나의 사유라는 걸 믿어보기로 했다.

_ 김소연, <나를 뺸 세상의 전부>, 10쪽


오늘의 접촉면: 단유

터질 것 같다. 양쪽 가슴이.

단유한 지 이틀째. 나갈 길 없는 모유가 계속 쌓여 양쪽 가슴이 풍선처럼 커졌다. 커지기만 하면 땡큐럭키비키겠지만 너무 아프다. 컵 모양 실리콘 흡착 유축기를 양쪽 가슴에 달아도(상상하셨나요?) 소용이 없어서 결국 손으로 짜냈다. 젖꼭지 평평한 면의 10개도 넘는 작은 구멍에서 샤워기처럼 모유가 직선으로 꽤 높은 압력으로 나왔다. 5분 정도 지나니, 와 시원해졌다. (이 표현 말고 다른 표현 불가) 그러면서 모유 수유라는 경험에 대해 글을 써보고 싶어졌다. (언제 쓰냐?)


결국 울었다. (단유는 아기들만 아쉬워하고 엄마들은 야호 환호하는 거 아니었어?)

내가 아쉬워하는 줄도 몰랐는데, 남편이랑 통화하다가, 이렇게 한 시기가 끝나는구나 싶어 울컥했다. 태어나 경험한 것 중 최고의 경험이었다. 아기는 원래도 예쁘지만, 젖을 물고 눈을 마주치며 씩 웃는 아기의 모습은 (잠깐 울고 다시 써야겠다.) 정말 아름다운데, 내가 죽을 때 그 장면을 떠올릴 것 같다. 인생의 귀한 장면이다. 이제는 그 순간이 다시 오지 않는다고 생각하니 눈물이 줄줄 흐른다. (젖도 줄줄 흐른다. ) 박완서 님 말처럼 내가 줄 수 있는 것 중 최고의 것을 주고 싶은 마음이 없이는 불가능한 것이었다.


출산 이틀째 가슴'마사지'를 받은 순간부터 단유하는 지금까지, 내 작은 가슴 정말 애썼다.

깊은 행복감을 누린 13개월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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