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응의 글쓰기 25기 5차시 수업 후기
(* 제목은 한정원의 <시와 산책> 25페이지 문장을 문장을 살짝 바꾼 것입니다. 산책을 수업으로)
1. <우리는 농담이 (아니)야>를 읽고 생각 나누기
책에 현재의 내가 과거의 나를 만나는 작품이 여러 개라 궁금했어요. 자주 나오는 단어인 리셋, 이어지는 삶에 대해 더 이해하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또 질문은 못했네요.
근데, 마지막쯤 너영이 말해준 트랜스젠더 친구 이야기를 들으며 짐작이라도 하게 되었어요. 그 친구가 예전엔 내가 가지 못했던 곳(여자 화장실)과 지금 갈 수 있는 곳으로 구분하는 말을 인용하는 걸 들으면서,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내가 확실히 분절되는구나 싶으면서 그래도 나는 그대로 나일뿐인데라는 괴리감이 불편하게 느껴질 것 같더라고요. (이렇게 밖에 표현이 안 되는 표현력의 한계라니!)
매 차시를 후기를 쓸 때마다 느껴요. 수업에서 돌아올 때마다 나는 전과 다른 사람이 되었다고요.(미세해도 변화는 변화다) 성소수자 친구와 지인이 주변에 있긴한데 그들의 고통과 괴리 두려움 화장실에 대해서는 제대로 생각 안 해봤어요.(생각하는 척만) 지난 시간의 부끄러움이 해결되기 전에 새로운 부끄러움이 와서 수업 끝나면 이렇게 체력이 달리나 봅니다. (뒤풀이 때문은 아니겠죠? 하하)
오늘 아침에 <시와 산책>이라는 책을 읽다가 이 부분을 읽으며, 왜 이은용 작가가 환상과 상상을 작품에 포함시켰는지도 더 그려보게 되었어요.
"나는 삶에 환상의 몫이 있다고 생각하는 쪽이다. 진실을 회피하지 않고 대면하려는 삶에서도 내밀한 상상을 간직하는 일은 필요하다. 상상은 도망이 아니라, 믿음을 넓히는 일이다.
_ 한정원, <시와 산책>, 18쪽
2. 합평 시간
라벤더, <나를 지켜준 순간>
부드러울 것 같은 사람들이 더 단단하더라고요. 라벤더도 그렇구나. 한다면 하는 사람이구나. 뚝심 있고 독하다고 생각하며 낭독을 들었어요. '아빠의 선택과 말이 다 맞았으면, 우리가 왜 이렇게 살고 있어?' 이 부분에는 큰 글씨로 '와 똑똑해.'라고 적었어요. '넘을 수 없는 벽(세 번째 단락)'에 엄마의 도움과 나의 피땀눈물나는 노력으로 '문'을 내 월경한 라벤더의 이야기 무척 인상 깊게 들었어요. 다음에 공연하면 꼭 갈 거예요.
너랑 바다, <매일의 기쁨>
가족들이 그렇게 가지 말라고 했는데 대전에 가서 강의를 들은 것 (두 번째 문단)부터가 생에 대한 대단한 의지로 느껴졌어요. (열쩡! 이미 기울어진 채?) 지하철에서 이 글을 읽고 울면서, 나 오늘 뒤풀이 안 가려고 했는데 가야 할 거 같다고 마음을 고쳐먹게 되더라고요. 나도 맘껏 기울어진 채로 뒤풀이에 갈 거야! 기쁜데 뒤풀이에 왜 못 가? 이 정도로 최근에 통과한 마음은 쓰기 어렵던데, 용기 내 써줘서 감사해요. 장한 너랑 바다, 너랑 바다가 매일의 기쁨이에요!
3. 오래도록 기억하고 싶은 은유샘과 학인들의 말과 질문들
(제 기억력과 기록력의 한계로 잘못 적은 게 있을 수도 있어요. 이름 없는 줄은 은유샘)
- "제 인생은 생리를 하던 때와 하지 않던 때로 나뉩니다." 이 문장 읽으면서 나도 그런데 라고 생각하면서 우리가 연결되지 않는 타인의 이야기는 없는 게 아닌가, 싶었어요.
- 몸에 장애가 있어 차별받는 게 아니라 차별을 받아서 장애인이 되는 거죠. 장애는 상황의 장애.
- (리버) 장애가 있는 사람이라고 할 게 아니라 장애가 있는 사회라고 해야죠.
- 부모의 못다 이룬 꿈이 자식의 가장 큰 걸림돌이 되더라고요.
- 그릇에 따라 내용이 달라지니까 형식 실험은 하는 것도 좋아요.
- (아나타) 태산 같은 글감은 어떻게 써야 하나요?
- 시간 순서대로 써봐요. 그래야 빠지는 것 없이 쓸 수 있어요. 다른 건 그 이후에 해도 돼요.
- (아나타) 누구에게나 부처가 필요한 시간이 있다.
- (리버) 내 삶의 유한성을 급격하게 실감한 사건
- (앤친구) 인권 관련 행사를 준비하면, 세 가지를 꼭 준비하려고 해요. 성중립화장실, 문자통역서비스, 수어통역 서비스
- (앤친구) 오줌권
- 오줌권 정말 중요해요. 생각보다 화장실에 내가 가고 싶을 때 갈 수 있는 직장이 드물고요.
- (지은심) 성소수자 친구들에게 묻고 싶은 것들이 많은데, 대상화한다고 느낄까봐 질문 하기가 조심스러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