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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운 내 동지들

감응의 글쓰기 25기 7차시 후기

by 카후나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긴장보다 설레는 마음으로 수업에 참석하는 것이요. 6차시까지는 오늘 책 나눔 시간에 무슨 말을 하나, 합평에 내가 무슨 도움이 되는 말을 할 수 있을까, 정리해서 말하는 능력은 이 생엔 불가능할 것 같다, 이런 생각이 들어 굳은 표정으로 말과활 문을 열었어요. 그런데 이번 차시는 월요일부터 마음이 들뜨는 것입니다. 동료 학인들 얼굴을 곧 볼 수 있겠구나, 또 어떤 전복적 사고를 곧 만날 수 있겠구나, 생각하며 웃으며 문을 밀었어요. 배우는 과정을 좋아하는데, '같이' 배우는 건 더 좋아하나 봐요. 아무도 안 믿으시겠지만, 제가 낯을 가립니다. 그런데 이제는 과제를 통해, 수업을 통해, 뒤풀이서 대화를 통해 제가 학인들의 이야기를 조금 알고 나니, 너무 보고 싶어 지는 것입니다.


<안녕하세요, 한국의 노동자들!>

잔디가 이재학 PD를 끝으로 내 몬 건 동료들의 배신이었을지도 몰랐다고 말했을 때, 은유샘이 정부와 교육부는 특성화고와 미동록 이주 아동에 관심이 없다고 말했을 때, 한국 사회에 노동에 대한 혐오가 있다는 대화를 주고받을 때, 20대 친구들은 주식을 많이 하기 때문인지 사측의 입장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진짜 너무하다 싶었습니다. 이게 시궁창이지 뭐냐. 얼마나 많은 사람의 희생이 있어야 법도 인식도 바뀔까 막막하다는 기분에 압도당해 있는데, 옆을 보니 우미가 슬픈 눈으로 노트 필기를 하고 있는 겁니다. 그리고 고개를 들어 보니 내 앞에는 또 다른 동료들이 보이더라고요. 이런 쓰레기 세상 싫다, 사람들 다 싫다, 이렇게 삐뚤어질 판이었는데, 존재 자체로 저를 냉소로 내몰지 않게 해주셔서 모두 고맙습니다. 이 책 서문 마지막 문장을 본 것 같았습니다. '당신들이 있기에 사상은 그래도 살 만한 것이다. 고마운 내 동지들.'


이 책을 읽을 때는 너무 고통스러웠어요. 올초 토니모리슨 <빌러비드> 이후 이렇게 몸까지 써가며 읽는 책은 오랜만이네요. 그래도 세상을 보는 눈에 확장팩을 깐 것처럼 모르는 세계가 많이 열려서 더 관심을 가지고 보려고 해요. 입덕은 완료했으니, 윤지영 변호사님 덕질도 시작해보려고요.


오늘 들은 말 중에 뼈에 아로새기고 싶은 말은

- 내가 어디에 가면 빛나는지 알고 어디에 나를 둘지 아는 것이 삶의 능력이라는 말(제가 진짜 진짜 배우고 싶은 것)

- 중력의 악령!

살아가는 일이 버거울 때, ‘등이 휠 것 같은 삶의 무게’라는 표현을 쓴다. 세상의 짐을 혼자 걸머진 듯한 절망감에 휘청댄다. 이렇게 나를 자꾸 주저앉게 만드는 것, 차라투스트라는 이를 ‘중력의 악령’의 소행이라고 한다. ‘날지 못하는 사람은 대지와 삶이 무겁다고 말한다. 중력의 악령이 바라고 있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출처: 은유, https://beforesunset.tistory.com/325 [당신의 이야기는 무엇입니까:티스토리]


글쓰기에 피와 살이 되는 말로는

(은유샘)

- 글 안에서 나와 글 밖의 나를 구분해서/글 안에서의 나도 말이 되게 써야 함. 이 사람이 이런 행동을 하는 근거와 단서를 부여해야.

- 글을 최대한 구체적으로 써야 거기서 나를 발견하고 다른 해석이 가능

- 내 생각을 쓰기보다는 행위를 써야

- 아니 이런 것까지 써야하나? 써야 함. 그래야 고유성이 생김. 그러다 보면 독자가 굳이 몰라도 되는 부분이 들어갈 수도 있는데 그건 나중에 빼면 됨. 절대 이 정도면 독자가 알아주겠지?라는 생각말길

- 글에 자물쇠와 열쇠를 번갈아 가면서 줘야 글에서 안 나감


(학인들)

- 궁금하면 풀리고 궁금하면 풀리고 하는 글이라 더 글로 들어갈 수 있었

- 자물쇠를 주고 열쇠가 너무 늦게 나오면 독자가 궁금한 것을 너무 오래 기다리게 되어 힘들 수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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