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니의 시를 읽으며
01월 19일 월요일 기록
나의 검은 펜은 오늘도 꿈속의 단어들을 받아적지.
떠오를 수 있을 데까지 떠올랐던 높이를 기록하지.
_ 이제니, <발 없는 새>, 시집 <아마도 아프리카>, 95쪽
반복해서 꾸는 꿈속에 나는 초능력이 있어. 서 있는 자리에서 붕하고 떠오를 수 있지. 내가 원하는 만큼 낮게, 높게 올라갈 수 있어. 사람들은 놀라지 않고, 제가 또 저러네, 할 뿐이야. 가끔은 높이 조절이 안 돼. 마음에 끙하고 힘을 주면 붕하고 떠오르는데, 어느 날은 너무 높게 올라가 무섭고, 어떤 날은 힘을 줘도 꿈쩍도 안 해. 며칠 전에도 그 꿈을 꿨어. 키크는 나이에나 꿀 법한 꿈을 왜 꾸는 걸까? 알고 싶어. 내 무의식의 세계.
01월 20일 화요일 기록
멀쩡하다는 것과 더는 멀쩡하지 않게 되는 순간은 앞면과 뒷면일 뿐. 언젠가는 뒤집어진다. 믿음은 뒤집어지고, 거기서 쏟아져 내린 것으로 사람들의 얼굴은 지저분해질 것이다.
_ 황정은, <디디의 우산>, 69쪽
오늘 멀쩡한 줄 알았던 한 사람의 더는 멀쩡하지 않게 되는 순간을 잠시 보았다. 생각보다 더 빨리 뒤집어지겠구나. 거기서 쏟아져 내린 것으로 내 얼굴이 지저분해지겠구나.
01월 21일 수요일 기록
나는 나의 여백을 믿는다
_ 이제니, <알파카 마음이 흐를 때>, 시집 <아마도 아프리카>, 111쪽
1월 22일 목요일 기록
숨기고 싶은 것은 드러내고, 드러내고 싶은 것은 부끄러움 없이. 이제는 너의 노래를 들어보아라. 네 몸속에 새겨진 숫자의 색깔을 일어보아라. 이미 춤추는 소리를 만들어 내는 심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너는 왜. 너는 왜 무엇 때문에.
_ 이제니, 시 <곱사등이의 둥근 뼈> 중에서
그러네. 나는 이미 춤추는 소리를 만들어 내는 심장을 가지고 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