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력의 도파민

오늘의 도파민

by 카후나

1. 이 주제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


7-8년 전부터 매우 즐겨 듣는 팟캐스트가 있다. 이제는 너무 유명해진 <Tim Ferris Show>. 내가 실제로 만나고 싶은 사람들을 그가 열심히 준비해서 인터뷰해주니 너무 고맙다. 지난 8월 24일에 업로드된 편을 듣고 도파민과 노력에 대한 상관관계를 알게 되었다.


이번 편은 인터뷰는 아니었고 팀이 요즘 인상 깊게 듣고 있는 다른 5개의 팟캐스트의 일부를 잘라서 소개해한 것이었는데, 그중에서 스탠퍼드 의대의 뇌신경학자 Andrew Huberman의 도파민에 대한 팟캐스트 내용이 인상적이었다. (이 매거진의 이름을 <오늘의 도파민>이라고 짓고부터 어디서 도파민이라는 말만 들어도 귀가 꽁긋한다.)

팟캐스트를 들으면서 메모를 하니 기억이 더 잘 되고 이렇게 브런치에 정리할 때 무척 편하다.

앤드류 박사님의 이야기 중 흥미로웠던 것은 5가지인데:

1) 일단 사람마다 도파민 베이스 레벨 자체가 다르다. (사람마다 의욕이 다른 것이 이해가 된다.)


2) 만약 도파민이 증가하는 일을 겪었다면 직후에 비슷한 기울기로 떨어진다. (예를 들면, 마라톤을 아주 기록적으로 마무리해서 도파민이 100이 올랐다고 하면, 그 직후에 도파민이 베이스 레벨 아래 100으로 떨어진다.)


3) 이렇게 도파민이 계속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면서 도파민 베이스 레벨이 낮아진다고 한다. 그리고 웬만한 자극으로는 동기부여와 긍정적 마음이 생기지 않는 상태가 될 수 있다고. 그래서 도파민 베이스 레벨 관리가 필요하다.


4) 베이스라인 관리를 할 수 있는 방법 중 가장 좋은 것은 노력 자체를 목표로 두는 것이라고 한다. 우리가 도파민을 얻으려면 원하는 성과를 달성해야 하는데, 최종 성과를 이루려면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고 거의 대부분 이 과정에서 지친다고. 이때 진정으로 필요한 것이 바로 도파민이다.


앤드류 박사는 노력 자체에서 도파민을 얻을 수 있다면 끝까지 갈 수 있다고 한다. 당연한 듯 들리지만 이게 진짜 어려운 것이라고 한다. 왜냐면 이것이 인간 뇌에서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현상이 아니기 때문. 무조건 전전두엽의 도움을 받아서, 스스로 이런 이야기를 해야 한다고. ‘잘하고 있어. 이렇게만 하면 곧 원하는 것을 이룬다. 노력이 결실을 만든다.' 사실 반은 거짓말인 이런 이야기를 스스로 하지 않으면 최종 목적지까지 갈 도파민을 벌지 못한다. 그러니 도파민 베이스라인 관리를 위해 아예 노력 자체를 최종 목표로 두라고.


(혹시 더 궁금하신 분은 아래 링크를 따라가서 06:34부터 26:04까지 들으면 됩니다.)


2. 새롭게 배운 것


노력 자체를 최종 목표로 두라고? 이렇게 말하는 것은 삼조칠천 번은 들었는데 도파민 때문에 이렇게 하자고 하는 것은 처음 들었다. 도파민과 연결하니 말이 된다. 이해가 돼. 특히 새로운 것만 좋아하는 내가 무언가에 흥미를 잃지 않고 계속한다는 것은 현재의 나를 뛰어넘는 일이다. 솔깃하다.


비슷한 시기에 사적인서점에서 봉현 작가님의 100일 동안 그린 그림의 전시를 봤다. 100장의 그림을 보면서 첫날과 마지막 날의 그림체가 변화한 것이 분명하게 보였다. 100일이라는 시간이 짧다고만 생각했다. 그런데 한 작가의 그림체가 변할 수도 있는 긴 시간이라는 감각이 새로웠다. 나도 이런 노력 자체를 100일은 할 수 있겠다는 용기를 주었다. (봉현 작가님, 사적인 서점 감사합니다. 멋진 영감을 주셨어요.)

작가는 100 Day of me 라는 주제로 일상의 한 장면을 100일 동안 매일 그렸다.

당장 집에 와서 노트를 두 권 만들었다.


1. 리서치 노트: 쉬면서 Bore-out이 왔나 보다. (보어 아웃: 번아웃과 반대되는 개념으로 단조로움에서 오는 무력감 - 뉴그라운드 뉴스레터에서 배웠다.) 이대로 방치하면 안 되겠다 싶어서 하루에 작은 노트 한 페이지만 채워 내가 관심이 가는 것들을 리서치하기 시작했다. 시간도 20분 정도면 충분하다.

2. 아침마다 빵 대신 시 노트: 나이 들수록 마음이 콘크리트처럼 굳는다. 박연준 시인의 산문 <쓰는 기분>을 읽으며 다행히 내 안의 시가 아직 죽지 않았음을 느꼈다. 마음속 시가 아직 살아있나 만 확인하고 싶어서 매일 아침 시를 읽고 적고 있다.

하루에 두 페이지를 채우면 일단 오늘은 잘 살고 있다는 마음이 든다. 그걸로 충분하다.

이 두 권을 지난 8월 16일부터 썼다. 시 노트는 어제로 한 권이 끝났다.


물론 크게 변화한 것은 없다. 하지만 노력을 최종 목표로 하고 있으니 나는 목표를 매일 이루는 것이다. 괜찮은 고양감이다. 한 가지 확실히 실감하는 것은 이런 매일의 노력을 계속하고 싶다는 것이다. 그만두고 싶지가 않다. 앤드류 교수님이 틀리지 않았나 보다. 도파민이 나오니 계속할 생각을 하지.


올해가 99일 남았다. 남은 2022년 동안이라도 노력의 도파민에 기대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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