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하며 생각한 것들

오늘의 도파민

by 카후나

22-10-22 아침 수영 중 생각한 것: 너무 열심히 하자고 마음먹으면 일이 더 안되었던 이유가 있다.


오늘 아침 수영의 마무리는 IM*이었다. 50분 동안 전력으로 수영하느라 힘이 다 빠졌는데 강사님이 초시계를 가지고 나오더니 IM을 1분 30초 안으로 들어오는지 시험해보자고 한다.

*IM: Individual Medely - 개인 혼영이라는 뜻 - 접영/배영/평형/자유형 순서로 한다. 일명 접배평자. 25미터 수영장을 기준으로 1분 30초 내 완주하면 생활체육지도자 수영 실기 통과가 가능한 속도다.

준비-! 를 외치며 그가 한 말은 이랬다.


"너무 열심히 하려고 하지 말고 리듬을 지키면서 슬슬하시면 의외로 결과가 좋아요. 한번 해보세요."


강사님은 그러시겠죠. 슬슬해도 되시겠죠. 저는 죽을힘을 다 해도 안 될 것 같은데요라고 생각하며 벽을 차고 일단 접영을 돌았다. 힘이 워낙 빠져 있어서 물이 아니라 꿀에서 수영을 하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래도 완주는 하자는 마음으로 욕심 버리고 마음속으로 원 투 원투 리듬만 되뇌었다. 마지막 자유형에서는 힘이 좀 나서 파워 발차기+무호흡으로 완주하고 다 죽어갈 듯 숨을 헐떡이며 강사를 바라보았다. 1분 20초란다. (참고로 이곳은 20미터 수영장입니다.) 정말 천천히 수영했다고 생각했는데 힘이 많을 때 이를 악물고 했던 수영보다도 더 빠르다. 이건 왜 그런 것일까?


생각해보니 열심히 할 거야 하는 마음으로 수영을 할 때는 나 스스로 저항을 제법 많이 만들면서 수영을 했다. 물을 느낄 새도 없이 벌써 다음 동작으로 가느라 수면 밖으로 물보라가 세차게 치고, 리듬이 안맞아 숨은 또 숨대로 찼다. 그런데 80% 정도의 느낌으로 수영을 해도 같은 결과를 얻고 몸과 마음에 무리도 가지 않는다.


이런 경험을 수영 말고 참 많은 일을 하면서 느끼게 되는데 대표적인 것이 일하는 것이다. 아침에 출근해서 오늘 해야 할 일에 묵직한 것들을 잔뜩 써놓고 오늘 아작을 내겠어라고 마음을 먹는 날이 제법 많다. 이런 날은 이상하게 업무가 손에 잡히지 않고 몸만 베베 꼬다가 퇴근한 적이 많다. 사실 지금 이걸 쓰면서도 그걸 느끼고 있어서 잊지 않기 위해서 쓰는 것이기도 하다. 출근하면서 놀러 가야지, 대충 해야지 이런 날에는 퇴근하면서 꽤 많은 것들을 해내서 놀랄 때가 많다.


내 마음에 저항을 만드는 것은 열심히 하자는 내 마음이라니 참 역설적이다. 그러니 더 노는 마음으로 일하고 수영하자.


22-10-26 점심 먹다가 생각한 것: 운동으로 엮긴 이토록 다채로운 인간관계라니


어제 뭘 했고 누구를 만났지를 생각하며 점심을 먹다가 운동을 통해 참으로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과 교류하고 있다는 것을 새삼스럽게 깨달았다.


어제 아침 7시: 아침 수영반은 4명이다. 70대 할아버지 2명, 30대 젊은 아빠 1명, 그리고 40대 여성(나). 30대 젊은 남성이 월등하게 빠른 수영을 잘하지만, 그래도 각자 무기가 있다. 70대 할아버지 중 한 분은 접영을 엄청 잘하셔서 접영 할 때 긴장된다. (질까 봐.) 다른 할아버지 한 분은 정말 성실하시다. 아무도 안 나오는 눈 오는 칼바람 겨울 아침에도 그는 새벽의 어둠을 가르고 나와서 차가운 수영장으로 제일 먼저 들어오신다. (나도 그런 할아버지에 자극받아서 이불속에서 눈을 번쩍 뜨고 수영장에 간 적이 많다.) 나는 가끔 개구리에 접신하여 평형에 자신이 있고 30대 젊은 아빠는 그야 말로 젊은 수영이다. 파워가 대단하다. 그는 가끔 경쟁심이 너무 강해 레이싱을 하자고 우리를 종용한다. 그래서 나와 할아버지들을 지치게 하지만 그래도 우리 새벽반에 활기를 넣어준다.


어제 저녁 8시 30분: 태권도 수업은 총 9명이다. 고3 남, 녀 학생, 남자 중3 학생 3명, 60대 여자 어르신 1명, 50대 남자 1명, 40대 남자 1명, 30대 여성 1명, 그리고 나. 태권도가 아니었다면 중, 고등학생들과 말을 해볼 기회도 없을 것이다. 같은 도복을 입고 (나만 흰띠라 부끄럽지만) 일주일에 3번씩 만나서 발차기를 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나이를 잊고 상대를 친근하게 사귀는 일이다.


어제는 고3 친구와 서로 발을 잡아주며 윗몸일으키기를 했다. 그 친구 발을 잡자마자 이 행동을 마지막으로 했던 그 순간의 감정이 떠올랐다. 아마도 고등학교 2-3학년 때인 것 같은데 친구들과 떠드느라 정신없이 깔깔거렸던 기억이다.


평소 나는 내 또래들과만 대화를 나누며 살고 있다. 30대 후반에서 40대 초중반. 그것도 거의 여성들이다. 편협한 생각이 태어나서 자랄 참 안락한 조건이다. 운동이 아니라면 이토록 다양한 연령의 다채로운 생각울 만나지 못했다고 생각하니 운동하러 가는 시간이 더 소중하게 느껴진다.


화, 목, 토 아침마다 수영을 하고, 월, 수, 금 저녁마다 태권도를 하는 이토록 단조로운 패턴 속에서도 이렇게 벅차게 솟아나는 도파민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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