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드스테이츠 PMB 10기] Google Analytics 지표 확인
내가 절대 안 쓸 것 같은 서비스의
핵심지표(KPI)를 GA로 확인해보자
후킹 문장을 너무 매정하게 작성한 게 아닌가 걱정되지만(ㅋㅋ...) 정말로 나는 발란을 절대 쓰지 않을 것 같다. 발란이 얼만큼 잘 만든 서비스인지와는 상관 없다. 나에게는 명품에 대한 관심, 그리고 명품을 구매할 재력이 없기 때문이다...
더 자세히 이야기하자면, 나는 같은 돈이 주어진다면 취미 활동에 쓰는 편이다. 현재 지속 중인 취미가 5~6가지는 될 만큼 취미 부자인 나는 '물건'보다는 '활동'을 위한 소비에 목숨을 건다. 물론 나도 사람인지라 명품에 관심은 가지만, 평생을 걸쳐도 "명품 살 돈으로 살 수 있는 게 얼마나 많은데!"라는 생각이 바뀌진 않을 것 같다. (나 같은 경우 명품 앱의 경쟁 상대는 타 명품 앱 뿐만 아니라 소비자의 한정적인 예산 그 자체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넷플릭스가 자신들의 경쟁 상대를 타 OTT 서비스가 아닌 인간의 수면 시간으로 발표한 것처럼.)
그렇지만 2020년부터 2021년을 기점으로 등장하여 가파른 성장세를 그리고 있는 서비스를 분석하고자 했을 때, 이 명품 플랫폼들을 빼놓지 않을 수가 없었다. 명품에 관심이 없는 나조차도 지금 당장 이름을 댈 수 있는 명품 플랫폼이 3-4가지는 되는데, 아무리 나의 관심사와는 거리가 있더라도 '한 번 분석해 보긴 해야겠다'라는 흥미가 생겼다.
기존의 명품 시장은 우리가 흔히 아는 백화점과 면세점이 중심으로 한 전문 MD - 구매자 사이의 오프라인 거래 위주였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일상 속 판매 채널 대부분이 온라인으로 급속히 전환되었다. 그중에서도 소위 말하는 '오픈런'을 하지 않아도 편리하게 플랫폼을 이용해서 명품을 구매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온라인 명품 플랫폼들이 대거 등장했고, 뚜렷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현재 국내 명품 시장의 약 10%를 온라인 명품 플랫폼이 차지하고 있다.
이른바 '3대 명품 플랫폼'으로도 불리는 발란, 머스트잇, 트렌비 중에서 2022년 1월 기준으로 월 1회 이상 접속한 활성 이용자 수(MAU)가 가장 많은 서비스는 발란(약 630만)이다. 각 명품 플랫폼별 2021년 연간 거래액은 발란 3150억원, 머스트잇 3500억, 트렌비 3500억*으로, 이 수치만 보자면 발란이 가장 뒤쳐지고 있다고 볼 수도 있다.
* 트렌비 측에서는 직접 연간 거래액을 공개하지 않았으나, 전년 대비 거래액이 3~4배 성장했다고 밝힌 점을 바탕으로 추측했습니다.
그러나 2020년 기준으로 각 업체가 제공한 연간 거래액은 발란 51억 원, 머스트잇 2500억 원, 트렌비 1080억 원으로, 꼴찌였던 발란의 대역전극이 펼쳐진 셈이다. 많은 자료들은 이에 대한 이유를 2020년 10월을 기점으로 한 모델 김혜수를 중심의 마케팅 전략에 있다고 예상한다. 당시 10월 한 달 거래액이 지난해 10월에 비해 600% 증가한 461억 원을 달성했고, 앱 다운로드 수와 신규 가입자 수도 각각 1,747%, 1,351% 상승했다.
다른 명품 플랫폼들에 비해 약진하던 발란이지만, 스타 마케팅의 효과로 가파르게 성장하는 모습을 보였다. 발란은 낱낱이 흩어진 제품이 아닌 웹/앱 기반의 플랫폼 서비스이므로 단순히 '유명한 스타를 기용했더니 매출이 올랐다'는 공식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지점이 있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발란이 PM이 갖추어야 할 그로스 해킹 역량을 공부하기에 좋은 서비스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명품 플랫폼들 간의 과열된 경쟁이 고객에게 마냥 긍정적인 영향만을 끼치지는 않을 듯해서 주제로 삼게 됐다. (그리고 내가 모델 김혜수님을 매우 좋아하기도 하고... ^-^*)
국내외 온라인 명품 시장 규모가 급성장하는 단계이다보니 각 플랫폼들은 자사만의 장점을 앞세워 경쟁적으로 다투고 있다. 또한, 명품은 고객들이 늘 최저가 비교를 하며 소비하는 품목으로 휘발성이 높고, 이 시장을 노리는 대기업, 편집샵 등의 경쟁자가 많다. 따라서 적극적인 마케팅으로 고객을 빠르게 유입 및 전환하는 것이 플랫폼들의 가장 시급한 과제이다.
대표적인 방법으로는 앞서 언급했던 스타 마케팅이 있다. 명품 플랫폼들이 하나같이 대한민국을 대표한다고 말할 만 한 유명인들을 기용하며 마케팅 비용을 말그대로 팍팍 쓰고 있는데, 이것이 정말로 서비스의 성장에 유용한지 궁금해졌다. 이를 검증하려 어떤 지표를 봐야 할까 고민하던 중, 공부와 서치를 통해 다음 두 개의 지표를 꼽아보고, Google Analytics를 기준으로 분석해봤다.
고객획득비용(CAC) = (단위기간 신규 고객 수) / (단위기간 영업/마케팅 총비용)
고객획득비용은 신규 고객 한 사람을 획득하는데 소요되는 비용을 의미한다. 주로 한 달 단위로 해당 기간 동안 소요된 영업/마케팅 비용을 해당 기간 획득한 신규 고객의 숫자로 나눠서 신규 고객 1인당 획득비용인 CAC를 계산한다.
이때, 홍보활동 없이 자연스럽게 유입된 신규 고객의 숫자는 제외하고 CAC를 계산해야 한다. CAC는 정확한 마케팅 효율을 나타내기 위한 지표이기 때문이다. 또한 신규 고객 획득 채널이 여러 개이고, 각 채널마다 운영하는 비용의 차이가 크다면 채널별로 CAC를 계산하는 것이 좋다.
위와 같은 공식대로 CAC를 계산하기 위해서는 Google Analytics의 보고서 - 참여도 - 사용자 참여에서 단위기간 신규 고객 수를 확인해야 한다. 데모 계정으로 예시를 들자면, 2020년 10월을 기점으로 신규 고객 수가 얼마나 늘었는지 보고 싶다면 우측 상단의 기간을 임의로 설정하여 해당 기간 내 신규 고객 수를 확인할 수 있다. 이렇게 Google Analytics로 확인한 단위기간 신규 고객 수를 (발란의 내부 자료일 테지만...ㅎㅎ) 단위 기간 영업/마케팅 총 비용으로 나누면 CAC를 계산할 수 있다.
광고수익률(ROAS) = (광고를 통한 매출액) / (광고비) x 100
광고수익률은 광고 집행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했는지 판단할 수 있는 지표이다. CAC와 유사한 목적의 지표라고 볼 수 있다. CAC는 고객을, ROAS는 매출을 중점적으로 바라보는 지표라는 차이가 있다.
여기서 주의해야 할 것은 ROAS의 값은 비율, 즉 %로 가치가 계산된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실제 광고비 대비 매출액에 대한 값과 다를 수 있다. A업체가 ROAS를 300% 달성했고, B업체가 100%를 달성했다고 해도 매출액에 따라 실 매출액이 달라지고, 광고를 '잘' 집행했다고 평가되는 업체 또한 B업체가 될 수 있다. 따라서 ROAS는 경쟁사와 마케팅 성과를 비교하기 위한 지표가 아닌, 회사 내에서 마케팅 성과를 자체적으로 비교하는 지표로 쓰여야 한다.
Google Analytics 고객센터에서는 기여 분석을 통해 ROAS를 측정할 수 있다고 안내한다. 그러나 이번 포스팅을 위해 해당 기능을 자세히 살펴보니, 내가 궁금했던 발란의 스타 마케팅을 분석하는 데는 적절하지 못한 지표라는 생각이 들었다. ROAS는 보통 퍼포먼스 마케팅에 사용되는 지표이기 때문이다.
퍼포먼스 마케팅은 마케터가 목표로 하는 액션(클릭, 구독, 구매, 다운로드 등)을 설정하고 소비자가 해당 액션을 행했을 때만 디지털 광고 플랫폼에 비용을 지불하면 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내가 분석하고자 하는 발란의 스타 마케팅은 올드 미디어 마케팅에 가까우므로 Google Analytics라는 데이터 분석 도구의 기능을 100% 끌어낼 수는 없을 것 같다.
반드시 Google Analytics를 활용하지 않더라도, 막대한 비용을 들여 스타 마케팅을 펼치고 있는 명품 플랫폼들은 분명 위와 비슷한 지표들로 마케팅의 효율을 측정하고 있을 것이다. 각 명품 플랫폼이 투자하는 마케팅 비용이 얼마나 되는지는 알 수 없지만, 위에서 소개한 연간 매출액과 현재도 지속적으로 같은 마케팅 전략을 유지하는 것으로 볼 때 이와 같은 스타 마케팅이 초기 온라인 명품 시장 선점에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인 듯하다.
그러나 과열된 경쟁으로 인한 여러 가지 부작용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 이와 이와 같은 경쟁은 소모적일 수밖에 없다. 최근 무신사가 무신사 부티크를 론칭하면서 온라인 명품 시장의 파이를 가져간 것처럼, 경쟁자가 몰릴수록 대처는 어려워질 것이다.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명품 플랫폼은 상품 확보와 정품 보증을 앞세운 마케팅에만 연연하고 있다. 명품 플랫폼들의 마케팅에서 유니콘 이상으로 성장한 커머스 플랫폼들의 상징이나 다름 없는 '고객 가치'는 잘 보이지 않는다. 이런 과정이 반복된다면 명품 플랫폼들은 온라인 명품 시장이 커지는 초기 단계에서 시장 전체의 신뢰를 잃을 수도 있다.
그래서 발란을 비롯한 명품 플랫폼들은 자신들만의 독특한 가치를 구현하여 고객의 만족도를 높일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듯하다. 가령, 최근의 기사에 따르면 온라인 명품 시장에서 NFT가 주목받고 있다고 한다.
2021년 4월, 글로벌 명품 브랜드 3사(루이비통, 까르띠에, 프라다)는 진품과 가품 구분을 위해 블록체인 플랫폼 아우라를 만들었다. 고객은 이플랫폼을 통해 명품의 고유 식별번호를 디지털 코드로 받게 된다. 이 코드에는 어떤 나라에서 제작했는지, 제조 및 유통과정, 소유권 등 모든 정보가 담겨 있다. 디지털 인증서는 물론 원하는 상대에게 명품을 선물할 수 있는 디지털 교환권 기능까지 아우른다.
이처럼 아우라와 같은 블록체인 플랫폼은 정품 인증 시스템을 구현하여 고객이 안심하고 명품을 소비할 수 있도록 했다. 최신 기술을 접목하여 서비스가 제공해야 할 고객 가치 중 안전성을 확보한 것이다. 비록 블록체인 개발에 많은 인력과 작업이 요구되더라도, 국내 명품 플랫폼들 역시 새로운 고객 가치를 구현하기 위하여 이와 같은 기술 트렌드에 발맞춰야 하지 않을까 싶다.
+ 2022. 02. 28.
페어분의 피드백을 읽고, 포스팅에 크고 작은 오류가 있음을 깨달았다(ㅠㅠ). 이번 포스팅에서 부족했던 점이라면 마케팅에 무지한 내가 올드 미디어 마케팅 등의 개념을 혼용했고, '과열된 경쟁으로 인한 여러 가지 부작용'을 언급만 하고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던 것이 있겠다ㅋㅋ... 오늘도 좋은 사람들 덕분에 한 칸 더 성장하는 기회였다!
참고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