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M 북클럽] <프로덕트 오너(2020)> 요약 및 정리
저번 포스팅에서는 일잘러 PM/PO의 덕목을 <프로덕트 오너>와 함께 살폈다. 그간 9, 10, 11장을 남기고 책을 거의 다 읽으면서 느낀점은 <프로덕트 오너>는 이론과 실용을 넘나드는 훌륭한 필독서라는 것이다. 특히 2022년 현재 국내외 기업에서 채용하고자 하는 PM/PO 직무로서의 역량을 기르기에는 더할 나위 없이 적합하다. 직접 취업 준비를 하는 입장에서 이보다 더 시의적절한 내용을 종합적으로 다룬 책은 보지 못했다.
뒷부분부터는 개발자 직군, 디자이너 직군과 소통하는 방법, 회고, 일정 관리 등 애자일 전략, 고객 테스트 방법 등 보다 세부적인 부분을 다룬다. 방법적인 측면에서도 저자인 김성한 PO만의 꿀팁을 전수받을 수 있어 좋았지만, 특히 인상적이었던 건 마음가짐에 대한 부분이다.
책을 읽다보면 작가가 PM/PO가 갖추어야 할 마음가짐을 -가끔은 단호하게- 강조하는 걸 자주 목격할 수 있다. 예를 들자면 고객 테스트 결과 때문에 디자인에 많은 부분이 변경되어야 하더라도 당황하지 말고 새로운 고객 테스트 일정을 계획하면 된다는 팁을 전달하면서, 그렇게 해야 하는 이유를 PM/PO는 고객에게 가장 나은 경험을 선사할 프로덕트로 개선하려는 마음가짐을 가져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따라서 그러한 마음가짐을 염두에 두는 것만으로도 PM/PO가 이런 상황에서 어떤 행동을 해야 하는지를 자연스럽게 도출할 수 있다. 책이 이와 같은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어 실무 중 다양한 난관을 맞닥뜨리더라도 스스로 생각하고 대처할 수 있는 생각의 근육 자체를 기를 수 있었다.
이는 PM/PO로 일하는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로부터 가장 자주 듣는 말인 동시에 자기 자신에게도 가장 자주 던지는 질문이기도 할 것이다. PM/PO란 제품 팀에게 “우리 이거 해보자!”라고 누구보다 앞장서서 말하는 사람인데, 거기에 ‘Why’가 빠져 있다면 PM/PO 자신조차도 갈피를 잃기 쉽기 때문이다.
PM/PO는 무엇을 왜 시작했으며 그 과정에서 어떤 결정을 내렸고, 성공 여부를 어떻게 수치로 판단했는지 대답할 수 있어야 한다.
이전 포스팅에서 “PM/PO에게는 모든 질문이 들어와요”라는 말을 들은 적 있다고 언급했었는데, 그 ‘모든’ 질문 중에는 일정, 기능, 우선순위, 기타 세부적인 체크사항 외에도 ‘Why’에 대한 질문이 반드시 포함될 수밖에 없다. 이 ‘Why’, 즉 근거와 이유에 관한 질문이야말로 PM/PO가 해결해야 할 가장 핵심적인 질문이라고도 볼 수 있다.
데이터에 기반해 가설을 설정하는 건 PM/PO의 핵심 직무 중 하나이다. 가설은 PM/PO의 생각을 증명하기 위해 꼭 필요한 수단이다. 화려한 언변이나 문서로 설득하려고 시도해도 무엇을, 어떻게, 왜 증명해야 하는지 설정하지 않는다면 구성원들의 동의를 얻기 어렵다.
명확하고 유의미한 가설을 세웠을 때, 테스트와 데이터 등을 통해 이를 증명할 수 있고, 검증된 가설은 PM/PO가 내리는 선택과 결정의 훌륭한 근거와 잣대가 되어준다. 가설을 촘촘하게 설정하는 것만으로도 PM/PO의 주장이 단순히 개인적인 의견에 그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PM/PO 역시 한 명의 인간이기 때문에 한 쪽으로 편향되기 쉽다. 이때 가설을 설정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면 자기 중심적인 사고를 방지할 수 있다.
이전 포스팅에서 PM/PO는 냉철한 이성만으로 똘똘 뭉친 직무인 것도 같지만, PM/PO의 근본은 인간에 대한 관심, 즉 감성이라고 말했었다. 그러나 가설과 근거에 대한 측면은 이성과 감성 중에 특히나 이성이 도드라지는 영역이다. 사람을 향하는 프로덕트를 만들고자하는 마음가짐 자체는 감성에 치우칠 수 있지만, 문제마저 그런 식으로 바라보아서는 진정한 해결과 개선을 이루어낼 수 없다.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 앞에서는 PM/PO 개인의 취향, 감정, 선호 등은 철저히 걷어내야 한다. 중립적인 자세로 가설을 도출하고 검증해야 한다. 데이터에 노이즈가 있다면 제거하고, 기대하던 결과가 나오지 않았더라도 수용해야 한다.
가설의 출발점은 다양할 수 있다. 직접 프로덕트를 사용하다가, 동료와 대화하다가, 더 나은 프로덕트를 위해 고민하다가 가설의 씨앗이 툭 튀어나올 수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유력한 지점은 바로 데이터를 뜯어볼 때이다.
PM/PO는 수시로 데이터를 확인하면서 평소와는 다른 지점을 캐치할 수 있어야 한다. 이때, 특별한 변화나 분석할 만 한 지점을 발견하기도 한다. 물론 시사점을 발견한 것 같아 마음이 부풀고 설레는 것은 당연하지만, PM/PO는 침착하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져봐야 한다.
“그래서 뭐?”
<프로덕트 오너>에서는 이 질문의 진의를 다음과 같이 풀이하였다. “그래서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지?”. 즉, 이는 액셔너블한 데이터인지를 점검하기 위한 질문인 것이다. 아무리 유의미해보이는 데이터여도 그것을 통해 어떤 액션이 도출되지 못한다면 무시해야 한다. 자칫하다가는 소중한 리소스가 무의미한 데이터를 분석하는 데 쓰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이전 포스팅에서 말했던 PM/PO의 중요 역량 중 리소스 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했다고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추석 연휴라서 배달 앱의 사용률이 줄어들었거나, 프로모션이 종료되어 구매 건수가 떨어질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상황은 그 어떤 노력으로도 효과적으로 고치기 어렵다. 이런 데이터는 참조만 하고 과감하게 무시해야 한다. 이때, 개발이나 사업적인 측면에서 어떤 액션이 취해지고 있는지를 폭넓게 고려한다면 어떤 것이 액션을 취해야 하는 데이터인지 구분할 수 있다.
앞서 PM/PO는 데이터를 수시로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던 것처럼, PM/PO에게는 주기적으로, 심지어 매일같이 유지해야 하는 갖가지 리추얼과 루틴이 존재한다. <프로덕트 오너>에서 연거푸 강조하거나 잠깐 언급하고 지나간 것들만 해도 수십 가지는 된다. 그중에서도 애자일 전략에서 2주 단위로 기간을 나누어 집중적으로 개발하는 스프린트에서 이러한 PM/PO의 습관이 중요하게 작용한다.
PM/PO는 스프린트 플래닝에 들어가기 전, 킥오프 미팅과 같은 커뮤니케이션의 장을 마련하여 구성원들에게 이전 스프린트에 대한 회고와 앞으로의 스프린트에 대한 계획을 모두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
먼저, 이전 스프린트에 대해서는 완료된 업무들이 고객과 회사에 끼친 영향을 설명한다. 이때 메이커들이 자신이 기여한 바를 명확하게 인지할 수 있도록 지표를 정리하여 보여줘야 한다.
만약 완료하지 못한 업무가 있다면 이를 어떻게 완수할지 논의하고 독려한다. 문제 상황이 있었다면 투명하게 공유하여 재발을 방지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PM/PO는 회고를 주도해야 한다. 이전 스프린트의 관계자들에게 잘한 점과 개선해야 할 점을 미리 적어서 회의에 참석하도록 하고, 가능한 조직 전체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방향으로 피드백을 주고받도록 유도해야 한다. 건설적인 비판을 주고받을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도 PM/PO의 업무이다.
그러나 PM/PO라고 해서 하루만에 뚝딱 구성원들의 신뢰를 얻고 긍정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나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PM/PO의 업무가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준비 과정에 많은 품을 들여야 한다. 특히, 소통의 기술을 기르는 것도 노력의 일종이 될 수 있다.
나의 경우에는 PM/PO는 제품 팀의 24시간 고객센터나 다름 없다는 생각으로, 질문을 던지지 않는 동료들에게도 먼저 찾아가 “저는 당신의 고민을 들어줄 수 있는 사람입니다!”라는 인상을 심고자 노력했다. 입사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신입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었지만, 적어도 함께 고민할 수 있는 사람이 여기에 있음을 어필했다. 그런 식으로 구성원들이 PM/PO에게 자연스럽게 의견을 말하고 질문을 던질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만으로도 커뮤니케이션에 매우 큰 도움이 된다.
또, 이러한 커뮤니케이션 환경에서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의견을 내놓을 수 있으려면 거시적인 비전을 내다볼 수 있어야 한다. 예상 질문을 뽑아보면서 사전에 자료 조사와 데스크 리서치를 철저히 준비한다면, 단 1초라도 허비하지 않고 막힌 부분을 뚫어나가며 일정을 맞춰갈 수 있다. 그렇다면 팀원들의 신뢰와 신임은 절로 따라올 것이다.
PM/PO은 사람을 위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직무인 동시에, 사람으로부터 업무 역량이 증명되는 직무이기도 하다. 그래서 더 매력적으로 다가오면서 잘 해내기가 어려운 일처럼 느껴지는 듯하다.
그래서인지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옛말처럼, 내가 모르고 있는 것을 과감하게 인정하고, 반복적으로 노력하는 일은 PM/PO에게 특히나 필요한 자세인 것 같다는 점을 이 책을 읽으며 또 한 번 깨달았다. 두고두고 펼쳐볼 것 같은 훌륭한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