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은미 Oct 30. 2022

틈새를 메꾸는 UX Writing

[PM 북클럽] <마이크로카피(2018)> 요약 및 정리

서론:

공백 상태버튼, 404에러



  최근 IT 서비스의 인터페이스상에서 '인간화된 글쓰기'로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는 전략이 각광받고 있는 만큼 UX Writing의 바이블이나 다름 없는 <마이크로카피(2018)>는 프로덕트 디자이너, UX/UX 디자이너 직군의 필독서 격으로 자리잡았다.

  PM/PO/서비스 기획 직군 역시도 고객에게 우리 서비스를 선보이는 '언어' 그 자체인 UX Writing에 관심이 많을 수밖에 없다. 누구보다도 고객과 원활하게 소통할 수 있어야 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PM 북클럽에서도 다음에 읽을 책을 선정할 때 <마이크로카피>가 당당히 1순위를 차지했다.



  매번 책을 선정할 필요 없이 이때의 투표로 앞으로 읽을 책을 미리 정해두었다. (따라서 이 다음으로는 <아이디어 불패의 법칙(2020)>, <포지셔닝(2021)>을 읽게 될 것이다.) <마이크로카피>를 읽기 시작한 지는 3주 째인데, 앞선 파트는 요즘IT에 콘텐츠를 기고할 때 참고했으므로 해당 도서를 주제로 브런치에 글을 올리는 건 처음이다.

  그래서 오늘 포스팅에서는 도서의 9장, 11장, 12장에 소개된 인터페이스의 세 가지 요소를 살펴볼 예정이다. 이를 중심으로 앱/웹의 인터페이스 내에서 사용자의 활동을 늘리고 브랜드 차별화를 확립할 수 있는 UX Writing의 숨은 기회들을 제시하고자 한다.







1. 공백 상태 


  공백 상태 "사용자에게 보여줄 것이 없는 상태"를 의미한다. 말그대로 보여줄 결과값이 없는 상태로, 검색, 장바구니, 활동 내역, 저장함 등 다양한 화면에서 보여질 수 있다. 이러한 공백 상태를 그냥 내버려두는 대신 자신들의 브랜딩과 고객과의 커뮤니케이션을 강화한 서비스 사례가 있다.



배달의민족'텅'

비어 있지 않다



  위 화면은 배달의민족에서 배달을 주문할 수 있는 가게가 주변에 하나도 없을 때 마주할 수 있는 공백 상태 화면이다. 이 화면을 캡쳐하고 인증하는 행위가 '레알 시골의 특징'으로 SNS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말그대로 '배달의 민족'인 대한민국에서 웬만해서는 위와 같은 화면을 맞닥뜨릴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도서산간지역 등지에 거주하고 있는 사람들처럼 위와 같은 화면을 심심찮게 마주하는 사람들이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다. 또, 이들의 고객 경험은 좋을 수가 없다. 배달 음식을 주문하기 위한 목적으로 앱을 켰는데, 곧바로 자신의 목적을 달성할 가능성이 전혀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배달의민족이 공백 상태의 인터페이스를 보여주지 않을 방도는 없다. 사용자에게 노출할 수 있는 근처 음식점의 결과값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때, <마이크로카피>에서는 배달의민족과 같은 '검색 결과가 없는 상태'의 공백 상태에 대해 다음과 같은 지침을 안내한다.


사용자에게는 시스템에 대한 내용뿐만 아니라 쿼리나 입력값 같은 용어도 절대 쓰면 안 된다.

사용자에게 다른 검색을 하라고 요청하지 마라. 같은 것을 다시 찾지 않을 테니 말이다.

절대 "검색 결과 없음" 또는 "검색 결과를 찾지 못했습니다."라는 메시지를 그대로 남기지 마라.


  그중에서도 첫 번째로 강조하는 건 고객에게 상황을 설명하라는 것이다. 사용자에게 바라던 것을 찾지 못했다고 분명히 알리는데, 이때 메시지에 브랜드의 성격을 담은 공감이나 유머를 활용할 수 있다.



  배달의민족은 '텅'이라는 단 하나의 글자를 화면을 꽉 채우도록 배치했다. 또, 글자 주변으로 텅 빈 배달 그릇이 나뒹굴도록 했다. 말그대로 '텅 빈' 배경 위로 '텅'이라는 글자와 '텅 빈' 컴포넌트들이 화면을 메운다.

  이를 마주한 유저의 허탈함과 공허함은 일순간에 배가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유저 자신이 이러한 감정을 느낀다는 사실을 배달의민족 측 또한 인지하고 있음을 깨닫고, 이내 자조하면서 배달의민족만의 위트를 '레알 시골의 특징'과 같은 SNS 콘텐츠로 재생산하게 된다.

  '텅'은 UX Writing이라고 부를 수 있을지 아리송할 만큼 짧고 굵은 한마디 의태어에 불과하지만, 하나의 '언어'로서 적절한 순간에 적합한 형태로 소통의 역할을 다했으므로 마이크로카피의 결과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덧붙여, 이미 배달의민족은 공식 블로그에 <미션: 빈화면을 채워라>(참고)라는 제목의 포스팅으로 공백 상태의 화면을 디자인해나가는 과정을 설명해두었다. 배달 검색 결과 화면이 아닌 배민페이 포인트 화면에서 쌓아둔 포인트 내역이 없을 때 등장하는 화면이지만, 해당 포스팅을 읽어본다면 배달의민족이 앱 내 모든 구성 요소에서 아래 이미지와 같이 카피라이팅에 공을 들인다는 사실을 체감할 수 있다.


출처=https://story.baemin.com/3614/


이처럼 누군가는 그냥 비워두는 곳에도 배민다움을 녹이기 위해 많은 시간을 들입니다. 앱 사용자가 이용 중 원치 않는 상황에 직면했을 때 드는 불편한 감정을 최소화하고, ‘풋’ 하거나 ‘아~’하는 감정을 느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어요.
― <미션: 빈화면을 채워라> 中






2. 버튼


  <마이크로카피>에서는 버튼"사용자의 결정이 행동으로 변하는 포인트"로 정의한다. 웹/앱을 이용해 본 사람이라면 버튼을 모를 수가 없다. 서비스를 통해 특정 목적을 최종적으로 수행하는 데 버튼은 필수불가결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책에 따르면 버튼의 UX Writing은 "어떻게 얻나?" 보다는 "무엇을 얻나?"에 집중해야 한다고 한다. 다시 말해, 버튼에 관한 사용자의 행동 대신 사용자가 버튼을 눌러서 얻을 수 있는 가치를 명시해야 한다는 뜻이다. 가치를 중심으로 버튼 카피를 작성하면 사용자의 특정 행동을 보다 쉽게 유도할 수 있다. 마이클 에이가드의 논문 <How to Write Call-to-Action that Converts>에서는 '정보 주문하기Order information' 대신 '정보 얻기Get information'으로 바꾸기만 했는데도 고객 전환이 거의 40% 가까이 증가한 사례가 소개된다.



카닥을 통해 알아보는

버튼의 행동가치


카닥의 [수리견적 요청하기] 버튼 UX Writing 개선안 ⓒ July


  도서 속 지침에 따라 위 사진과 같이 차량 수리 서비스 카닥의 홈 화면의 버튼 [수리견적 요청하기]의 개선안을 제안해봤다. 왼쪽이 As-is(현재의 카닥 홈 화면)이고, 오른쪽이 To-be(개선 아이디어)이다. 고객이 해당 버튼을 눌렀을 때 수리견적을 '받아본다'는 가치가 중요하지, 고객이 수리견적을 '요청한다'는 행동 자체의 중요도는 떨어지므로 위와 같은 아이디어를 제안하게 됐다.


  버튼 UX Writing을 시도할 때 버튼의 길이를 짧게 만들기 위하여 카피를 일부러 줄일 필요는 없다. 또한, 서비스 내 모든 버튼에 중대한 가치를 부여하려는 시도는 버튼간의 중요도에 혼란을 야기하니, 행동이나 고객전환을 끌어내는 버튼에 집중하여 UX Writing을 개선하는 게 낫다.

  이때, 카닥의 사례에 등장한 버튼의 경우 카닥이라는 서비스에서 전환 행위로 작용하는 '차량 수리하기'를 위한 첫 번째 관문과도 같은 버튼이므로 카피가 더더욱 세심히 작성될 필요가 있다.







3. 404에러



  404페이지 "사용자가 더는 사이트에 존재하지 않는(또는 애초에 없었던) 페이지를 검색할 때 표시"되는 페이지를 말한다. 사용자가 그리 자주 마주하게 되는 페이지는 아니지만, 이와 같은 터치 포인트까지 고려한다면 서비스가 사용자에게 진정으로 집착하는 태도를 어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는 긍정적인 브랜딩의 측면에서도 도움이 될 것이다. <마이크로카피>에서 말하는 404페이지를 위한 마이크로카피 작성법을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사용자에게 일어난 일과 여기서 끝난 이유를 설명하라.

공감을 표현하라.

출구를 알려라. 


  이밖에도 훌륭한 디자인, 부정적인 경험을 긍정적인 것으로 바꿔주는 유머, 고객 센터 연락처 등을 상황에 알맞게 추가해야 함을 알렸다. 404페이지를 브랜드 콘텐츠로 활용하는 사례도 다수 소개되었지만, 굳이 엄청난 재치나 유머를 발휘하지 않고도 사용자의 부정적 경험을 충분히 덜어줄 수 있다. 바로 충분한 설명 탈출구의 제공을 통해서이다.




브런치의 에러 페이지에서

당황하지 않고 탈출하기



  블로깅 서비스인 브런치의 유저들은 비교적 자주 위와 같은 404페이지를 마주하게 된다. 삭제된 포스팅의 URL로 접속할 경우 404페이지가 뜨기 때문이다. 포스팅이 삭제되는 것은 생성되는 것만큼이나 흔한 일이므로 유저들은 이 페이지를 자주 접할 수밖에 없다.

  이때, 브런치는 <마이크로카피>에서 소개하는 좋은 404페이지의 요건을 대부분 갖췄다. 먼저, 사용자가 이 페이지로 이동하게 된 이유를 설명한다. 세 줄을 할애하면서 404페이지의 원인, 그리고 사용자가 이후 취해야 할 행동을 충분히 설명한다. 최하단에는 [브런치 홈 가기] 버튼을 심어두어 사용자가 막다른 길에 갇히지 않도록 했다. 이를 통해 브런치의 사용자는 404페이지를 처음 접했을 때의 당황스러운 감정을 곧바로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PM의 시선

한 스쿱


  마무리하며, 오늘 포스팅에서 다룬 파트에 기반하여 "좋은 UX Writing이란 무엇일까?"라는 질문에 답해보려고 한다. 해당 파트를 공부하면서 내가 깨달은 바는 사용자에게 어떻게든 말을 걸고자 하는 노력이 드러나며, 사용자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가치에 집착하는 UX Writing이 좋은 UX Writing이라는 것이다.



  위 사진은 커리어 플랫폼 서핏 곳곳에서 엿볼 수 있는 UX Writing을 모아둔 것이다. 개인적으로 다양한 서비스들을 사용하면서 가장 긍정적인 마이크로카피를 제공한다고 느낀 서비스 중 하나이다.

  서핏의 카피는 고객의 행동을 적절히 유도하고, 브랜드만의 위트와 재치가 담겨 있으며, 무엇보다도 사용자들에게 말을 걸고 있다. 이것이 바로 서핏이라는 서비스가 하나의 인격체로서 고객과 소통할 수 있는 이유이다. 서핏을 이용하면서 만족스러운 UX를 획득할 수 있던 이유가 이와 같은 UX Writing에도 있었던 듯하다.

  이렇듯 마이크로카피에 대해 공부를 하면 할수록 PM/PO/서비스 기획자로서 고객과의 크고 작은 터치 포인트를 고루 고려할 수 있는 소통의 마스터가 되고 싶은 마음이 든다.






참고자료



매거진의 이전글 "당신의 고객은 과연 그들뿐일까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