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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mily Feb 18. 2022

난자, 몇 개까지 키워봤니?(2)

최난몇

이곳은 난임 병원이다. 나 같은 사람이 하루에 얼마나 드나드는 것일까.


진료실과 난자 채취실은 층수가 다르다. 난임 병원의 공기는 사실  무겁다. 복도  가족과의 전화 내용이나 간호사와의 "이번에는 방법을 달리 해서..."라는 말이 들리면  과정을  번이고 반복했을 사람의 얼굴을 보게 된다.


나는 이제 처음이고 출발 라인에  있는 존재라면 어떤 이는 완주를  하고 서둘러 숨을 고르고 다시 출발 라인에  있다 생각하니 마음이 아렸다.


난임 병원은 이 과정을 통해 임신을 하면 12주 차 정도까지는 내원을 해서 상황을 보고 졸업을 할 수 있다.

간혹 얼굴에 설렘이 서려있는 사람은 어쩌면  난임 병원 졸업을 앞두고 있는지도 몰랐다.

비슷한 처지 같은 목표로 내원하는 난임 병원에서는 그래서 손에 아기집이 있는 초음파 사진을 들고 있더라도 마음껏 웃지 못하는 곳이었다.


여전히 배는 묵직했고 걸음걸이가 부자연스러울 정도로 무거웠다. 바지가 작아질 정도로 배가 팽창되었고 임산부가 된 냥 뒤뚱뒤뚱 천천히 걸어 진료실에 들어왔다.

진료실에서 의사와 얼굴을 마주하기도 전에 초음파로  난자를 같이 보는 것으로 인사와 안부를 대신하는 시간.


오늘은 난자를 채취하는 날이다. 다행히 내 난자들은 수량도 적당히 잘 자랐고 크기도 적당해서 오늘 채취해도 되겠다 했다. 진료실에서의 초음파는 채취를 위한 난자의 상태를 간략히 보기 위함이었다.


난자를 채취하기 위한 방에서 다시 만나기로 하고, 의사는 '부부관계 일자' 정해주었다. 의아한  표정을 읽었는지 착상이 잘 되기 위한 과정이라 설명해주었다. 부부관계  배란이 되면서 임신이 되듯 의술의 힘을 빌릴 예정이지만 몸에서는 임신할 준비를 자연스레 하도록 정신도 호르몬도 일종의 착각을 하게 해야하는 모양이다.


난자 채취를 위해 찾아간 곳에서는 암호처럼 이름을 대고 수화기 너머 확인을 받아야 들어갈 수 있었고, 나와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이 같은 베드에 일렬로 누워서 순서를 대기했다.

아마도 맨 오른쪽 침상은 이미 끝내고 회복 중인 것 같고 맨 왼쪽부터는 채취를 앞두고 있는 모양이었다.


담당의가 채취 방에 올라오면 채취를 기다리는 나 같은 자는 호명되어 침대 그대로 의사 쪽으로 누워서 도착한다. 이름을 묻는다. OOO님이신가요? 가 아니라, 이름이 어떻게 되시나요?로 본인의 이름을 말하게끔 정확히 확인한다. 그러면 저 쪽에서 OOO님입니다. 메아리 한다.


그리고 채취 시술이 시작된다. 온몸에 긴장이 된다. 내 담당의도 눈만 보이고 나머지 의료진은 얼굴조차 그려지지 않는 초면에 나만 벗겨져 있다.

… 그런데 부끄러울 새도 없이 너무 아프다. 정말 너무 아프다. 나는  우는데 눈물이 절로 흐를 만큼 아프다. 질에서 골수라도 나오는 모양이다. 손에 힘을 주고 움직이지도 못하는 자세로 아픔을 참아낸다.

채취된 난자는 모두 15개라 했다.

 

생각보다 많이 채취되었다. 의사도 적당하다 했다. 모든 것이 잘 되어 가고 있는 것 같다. 이 아픔만 제외하면..


이곳에는 나를 비롯해 비슷한 처지의 사람 그 누구도 보호자가 없다. 얼굴조차 그려지지 않는 의료진들 뿐이다. 그러니 용기를 내서 나를 좀 케어해달라고 얘기해야 한다.  당연히 의료진을 부를 때 모두들 귀를 쫑긋하고 있는 게 느껴지고 궁금한 상황엔 고개를 돌려 직관하기도 할 터 아픔은 그냥 참는 것으로 혼자 결론짓고 그저 꾸욱 참는다.


의식이 흐릿해질 정도로 아픔을 느낀다. 참으면    같은 순간 힘겹게 손을 들어 선생님... 하고 부른다. 잠시 다리를 내려보라고 한다. 내리려는 순간 허리가 끊어진다. 아무래도 나는 난자가 아닌 정말로 골수가 빠진 모양이다. 참을  없는 신음이 여러 차례 흘러나오고 진통제가 주사되었다.


마냥 아플 수도 없는 게 지금 마음이 급했다. 당일치기로 온 서울에서 집에 가는 비행기를 넉넉히 오후 5시로 예약한다고 했지만 탈 수 있을까. 지금 몇 시 인거지...? 3시쯤 된 것 같다. 지금 서둘러서 택시를 아니 지하철을 타고 공항을 가고.. 머릿속이 가능과 불가능을 헤매고 있었다. 방금까지 끊어져 있던 허리를 붙잡고 이제 괜찮은 것 같다며 필사적으로 일어난다. 그리고 어지러움에 쓰러진다.


조금  쉬어야 한다고 간호사가 부축을 준다.

절로 의지가 된다. 부축의 행위가 정말 따뜻하고 고마웠다.  병원은 의사는 냉정하고 간호사는 따뜻하다 싶었다.  분쯤  쉬고 서둘러 나왔다. 의자에서 한가하게 핸드폰을 보는 남편이 보인다. 마냥 한가하진 않았겠지만  눈엔 너무 한가해 보이고 편해 보였다.  포인트에서 시험관은 남자가 모르는 아픔을 여자는 견디고 인내하고 참아야 함을 다시 깨닫는다.


하루 종일 쫄쫄 굶은 건 너도 나도인데 배고픔을 걱정하는 것은 나만이었다. 오 쓸데없는 배려, 오지랖이여-

공항에 가는 동안 분명 아무것도  먹을 것이고 비행기에서 내릴 때까지 이대로라면 아침부터 밤까지 이유 금식을 너도 나도  것이지만 나는 입맛이 없으니 너라도 무언가를 간식으로 먹으면 좋겠


지하철 입구에서 냄새로 먼저 먹는 만쥬를 권하고 아직도 골수빠진 허리에 배는 아프고 묵직해서 느릿한  걸음너가 뛰어가서 만쥬를  오면 개찰구에서 만날 것 같다는 계산까지 마치고 말을 하니 냉큼 뛰어가며 나한테  오기도 전에 오물오물 먹으며 오는 모습은... .... (이하  마음 생략)


이 사람에게 '부부관계 일자'가 정해졌다는 말을 어떻게 하지......


숙제는 최대한 임박해서 말하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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