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 명이 친했다. 그중에 둘은 미국에 있다. 한 명은 선을 보고 결혼하여 남편 따라 갔고, 다른 하나는 캠퍼스 커플의 해피엔딩으로 미국에서 산다. 이 둘을 빼고 남은 넷은 종종 만나기도 하는데 그 간격에 맥락이 없다. 때로는 타국의 친구 중 누군가가 잠시 귀국했다는 소식이 오면 부랴부랴 모이기도 했으니 다들 아이들 키우고 학교 보내고 각자의 삶에 집중하느라 여유가 없었던 게 그 이유다.
부모님의 부고를 전하거나 자녀가 짝을 만나 잔치를 할 때가 되어서야 다시 한참을 못 본 동창들의 얼굴을 보는 시절이 되었다.
이번 어버이날에는 가족들이 아닌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기로 먼저 약속을 잡았다. 팬데믹 이후 처음이다. 넷 모두 첫아이만 결혼을 했고 그중 둘은 손주를 보았으니 두런두런 순번 없이 나누는 이야기에 빈 공간이 없었다.
학창 시절에 익숙했던 그냥 그 ‘종로’가 '익선동'이라는 핫 플레이스가 되어 많은 관광객들 틈에 끼어 있는 우리를 맞아주었다. 아이들 데이트 장소로 어깨너머 들었던 곳에 우리들이 모였다. 대중교통을 이용하기로 했는데 몇몇은 에러가 나는 바람에 약속한 시간보다 30분 이상 지나 간신히 만났다.
장소를 세 군데나 옮겨 함께 시간을 보내다가 나는 먼저 일어났고 남은 친구들은 이동해서 조금 더 즐거운 시간을 보낸 듯하다. 전혀 다른 환경에서 살아온 세월의 전혀 다른 이야기들이 하나로 모아졌다. 최선을 다해 살았다. 주름은 늘고 체중도 달라졌지만 우리의 미소는 여전했고 우리의 소망도 같아졌다. 아프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