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조은미 May 27. 2023

장미 펜스

오월, 집 앞 보도블록을 걸을 때마다 펜스 곁의 장미 향기 때문에 기분이 좋습니다. 흩날리는 샴푸향이 아닌 진짜 장미의 향긋한 내음이 나의 발걸음에 흥을 돋웁니다. 코끝을 가까이하지 않아도, 걷는 동안 들숨에 묻어오는 부드러운 꽃향기가 정말 달콤합니다.


도로와 보도를 아파트 단지 내부와 구분하기 위해 설치된 펜스 옆을 장미로 장식하기로 결정한 분과 또 나무 심는 수고를 하신 누군가에게 고마운 마음이 듭니다. 더구나 앞 단지의 규모는 꽤 큰 편이라서 장미 향을 제법 오래 즐기며 걸을 수 있어서 행복합니다.


펜스 옆의 장미를 기뻐하면서도 사실, 장미가 나의 최애 꽃이 아니라고 말하려니 좀 그렇긴 하지만. 장미의 화려함이 좀 부담스럽고, 꽃을 손질할 때 손을 여러 번 찔려서 라고 하겠습니다. 그래서 화병에 담기 전에 가시를 일일이 떼어버린 적도 있는데, 그것도 뭔가 장미에게 못할 짓을 하는 것 같아 마음이 불편했습니다.


그러나 요즈음, 경계를 구분하는 강철 펜스 옆의 경계를 무시하는 장미의 내음은 나에게 위로처럼 희망처럼 새롭게 느껴집니다.








작가의 이전글 수정 또 수정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