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고 싶은 마음이 올라올 때 정말로 글을 쓰는 일이 나는 어렵다. 일상이 바쁘면 바쁜 대로, 한가하면 한가한 대로 처음 노트북 앞에 앉는 일도 힘들뿐더러 또 다음에도 자꾸 벌떡 벌떡 일어나야 할 상황들이 생긴다. 속상한 것은 막상 자리를 잡고 쓰기가 가능할 때이다. 길을 걸으며 떠올랐던 글감들, 잠잘 준비를 모두 마쳤을 때 반짝였던 내 이야기들이 생각나지 않는다. 마치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간 모래알처럼... 얼마 전에는 정말 신나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꿈을 꾸다가 내 웃음소리에 잠이 깼는데 그 멋진 내용은 수초 후에 사라졌다.
삶의 방향이 세워지기도 하고 그 방향이 바뀌게도 만드는 글, 때에 따라 다른 배움을 누리는 시대를 초월한 막강함을 감히 부러워하는 것은 아니다. 가족과 지인들과 생각을 주고받을 때 느꼈던 즐거움이나 공감이 내 글 속에 담아지기를 그저 바란다.
책 읽기의 즐거움을 놓치지 말라고 아이들의 주변을 책들로 둘러주었었다. 그리고 세 아이들은 각각의 분량대로 충분히 책 읽기를 사랑하는 어른으로 자랐다. 나보다 생각의 깊이와 넓이가 커진 그들의 글을 읽을 때마다 나는 놀랍고 흐뭇하다. 그리고 가끔씩 내 글에 좋아요를 눌러주면 힘이 난다.
눈도 점점 흐릿해지고 기억력도 자꾸자꾸 더 빨리 사라져 가는 요즈음이지만 편안하게 저자의 손끝으로 전해진 지도를 따라가다 자신의 내면과 마주하게 되는 글을 쓰고 싶은 마음은 변치 않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