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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은미 Jun 17. 2023

나는 1.

나는 1961년에 태어났다. 63년생  남편이 있고 91년, 93년, 95년 세 번 출산을 했다. 시대적 개인적 격동의 시기를 관통하고 나이를 이만큼 먹었다. 끼니를 거르면 어지러워 마지못해 밥 한술 입에 넣으며 베란다 창밖을 보다가 갑자기 '내'가 생각나서 밥그릇을 밀치고 노트북을 열었다.


나는 뭘 기르는 것을 좋아한다. 화분 몇 개 위로 쏟아지는 햇살이 흐뭇하고, 그것에 물을 줄 때나 어항 속의 물고기가 뻐끔뻐끔 먹이를 먹을 때에도 그랬다. 강아지를 가슴에 안고 왈츠의 스텝을 밟는 것, 아! 음악 듣는  것도 좋아한다. 내가 처음 만난 음악이 동요가 먼저인지 클래식이 먼저인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초등학교 특활반에서 플루트를  배운 다음, 부라스밴드부에서 활동하면서 클래식 비슷한 곡들을 연주하며 행진했다. 팝송에 막 입문한 여중생의 생일선물로 아빠가 사주신 전축옆의 레코드 판은 책 보다 많았는데 그것들도 모두 집과 함께 사라졌다. 그러고 보니 나의 개인사는 참 일반적이지 않다.


나는 나다니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모두가 갇혀있던 시절, 여행을 즐기던 사람들이 겪는 고통을 공감하기 힘들었다. 돈이 없어도 여행할 수 있다는 믿음이 없고, 체력도 변변치 못해서라고 굳이 변명한다. 사실은 용기가 없고 게을러서일 텐데...


나는 책 읽기를 아주 좋아한 시절이 있었다. 지금은 활자를 빠르게 눈으로 읽는 것은 편치 않아 졌지만 소리 내어 천천히 읽는 것은 여전히 좋다. 그림을 훑으며 동화책을 소리 내어 읽어주면 내 목소리를 듣는 아이와 나는 하나가 된다. 썼다 지웠다를 무수히 할 수 있는 노트북이라는 친구와 더 친해지고 싶다. 나는 새소리가 너무 좋지만 휘파람소리는 싫다. 남편이 휘파람을 부르면 나는 남편의 입을 손바닥으로 막는다. 남편은 내가 휘파람을 못 불어서 샘이 나서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자, 오늘은 여기까지... 이제 밥 먹어야겠다. 천천히 나는 2. 를 이어가 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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