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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은미 Nov 10. 2023

포니 테일

긴 머리칼을 약간 높여 하나로 묶으면 그 모습이 조랑말의 꼬리 모양 같다는 포니 테일 헤어 스타일이 된다. 아주 오래전부터 무심히 묶은듯한 이 머리가 어여뿐 친구들이 많이 부러웠다. 나는 뒤통수가 납작하다.


나의 두상이 동글동글하지 않은 것이 속상해서 한 번은 엄마에게 그 책임을 물었다. 아기였을 때, 머리통이 말랑할 때 신경 좀 써주지 그랬냐고 투덜댔더니 엄마는 안 그래도 요리조리 돌려가며 뉘였는데, 내가 도리도리를 하며 곧바로 천장만 바라보는 자세로 바꾸었다고 네 머리는 네 탓이라며 내가 확인할 수 없는 말을 확신 있게 하셨다.


어쨌든,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나는 파마를 시작했고 머리를 매만지는 미용사들로부터 어렸을 때에 굉장히 순둥이였었나 보다는 말을 들으면서 늘 꼬불거리는 머리칼로 뒤통수를 부풀리고 살아왔다. 사람들은 나의 뒤통수 콤플렉스를 모르는 듯했다.


드디어 엄마가 되었을 때 나는 심혈을 기울였고, 다행히 세 아이들의 협조로 그들의 두상을 완벽히 만족스럽게 완성했다. 그리고 아들들이 군대 가려고 머리를 박박 밀때마다 미용사로부터 그 아름다움을 칭찬받으며 내 노력을 인정받았다. 특별히 딸아이를 키우는 동안 머리를 묶어주거나 땋아줄 때 느꼈던 흐뭇함은 말할 수 없다. 엄마를 안 닮아서 다행이야 하며 요리조리 쓰다듬던 조그맣고 귀여웠던 딸아이가 다 컸다. 그리고는 얼마 전에 나에게 말했다. 당분간 아니 내년 봄까지 머리를 자르지 말라고...


변화무쌍했던 아가씨 적의 머리 스타일에 종지부를 찍고 결혼 후 수십 년간 구불구불 중단발의 파마머리를 유지했던 내 머리가 지금은 목덜미를 덮어가며 길어지는 중이다. 외국의 긴 머리 할머니들은 멋스럽기만 한데 우리는 아니, 나는 영 어색하다. 예의상 풀어헤친 상태로는 있을 수 없어 소위 곱창밴드라는 풍성한 검은색 벨벳의 머리끈으로 묶어놓고 있다. 그리고 가끔씩 거울을 추가로 들고 내 뒤통수를 확인해 본다.


올봄에 큰 아들이 장가를 갔다. 한복에는 당연히 올림머리이지만 머리칼이 올릴 정도로 길지 않던 나는 미용사의 손기술로 상당히 공들여 뒤통수를 부풀려 머리를 올렸었다. 사람들은 예쁘다 좋아했지만 그 머리는 내가 원했던 스타일이 아니었다.


내년 봄에 딸아이가 시집을 간다. 머리가 길수록 올림머리를 예쁘고 자연스럽게 엄마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딸의 말에 넘어가서 기쁘게 버티고 있다. 어쩌면 머잖아 집 안에서 포니 테일로 돌아다닐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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