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했던 일과 전혀 그렇지 못했던 일들로 나의 글쓰기가 몇 달 멈추었다. 근력운동 같은 꾸준함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여러 번 들었었는데 무너졌다. 몇 달을 병상에 누워 근육을 사용하지 않았다면 변했을 앙상한 몸을 상상만 해도. 애석하다. 마음의 시선과 감각을 살펴 글감을 기다리다가 시간과 공간을 들여 담아내는 글쓰기는 내가 하루하루를 무심히 살지 않도록 도와주었는데, 소소했던 힘이나마 보탬이 되어 뿌듯했을 글쓰기를 잠시 배신한 기분이다
브런치의 글은 이러이러해야 한다 라는 누군가의 이야기를 읽고 자신감이 나락 친 다음, 아까 언급한 계획된 일의 진행과정에 시간과 마음의 여유를 소진시키며 시작되었다. 그러다 생각도 못한 일을 맡아 다시 마음을 추스르면서 평안을 잃었었다. 사실, 그 모두를 생생히 담아내었으면 더 좋았을 텐데 그러지 못했던 것을 보면 나의 글쓰기는 심지가 굳지 않았던 거다. 일상이 한결같지 않아도 글쓰기가 멈추지 않는 분들을 존경한다.
일단 첫 번째로 누군가의 말을 경청하되 지조는 잃지 말 것이며, 순간순간 떠오르는 생각과 에피소드를 더욱 아껴 담아두어야겠다. 훗날, 나에게 혹은 누군가의 웃음과 위로와 추억을 소환하는 따뜻한 작업을 다시 시작하자. 참고로 예정되었던 딸아이의 결혼식은 아름답게 잘 끝났다. 오빠와 동생이 축하 연주로 슈만이 클라라를 위해 작곡한 '헌정'을 피아노와 비올라로 누이에게 헌정했고, 남편은 안치환의 '내가 만일'을 축가로 불렀다. 작년의 큰 아들의 전통혼례식 못지않게 하객들과 가족들 모두 즐겁고 행복한 예식이었다. 생각지 못했던 일들의 적응과 소소하지만 소중한 변화들은 차차 글로 풀어내야지 다짐해 본다. 읽어주시는 손님 같고 가족 같은(구독자 중 남편과 아이들도 있음^^) 분들에게 죄송한 마음을 전하며 오늘은 이만 마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