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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잠

by 조은미

낮에 꿈을 꾸었다. 그리운 두 사람이 맥락 없이 번갈아 나왔다 없어지는 꿈을 꾸었다.

꿈이지 싶으면서도 보고픈 두 사람을 또 볼 수 있을까 한참을 눈 감고 누워있었다.

검사결과 약을 먹지 않아도 될 것 같다는 반갑고 고마운 현지 의사의 말을 전해준 아들과

얼마 전 통화를 했는데, 꿈속의 아들은 여전히 마른 몸에 흰 반팔 옷을 입고 찰나에 내 앞을 지나갔고,

나는 생전의 엄마가 오래도록 그랬던 것처럼 그렇게 누워 아들을 보았다.

그리고 내 엄마를 불렀다.

인기척을 느끼며 계속 불렀더니 엄마가 입 속에 뭔가를 넣어주었다.

푸석한 것이 혀에 닿았는데 금세 녹는 듯 부서지듯 사라졌다.

무향무취 입 속의 감촉을 느끼면서 나는 엄마와의 이별이 생각났고,

못 들을 대답을 뻔히 알면서 나는 엄마를 불렀다.

엄마. 엄마. 엄마.

수없이 불렀던 엄마를 한 번씩 부를 때마다 가슴이 점점 더 저려오면서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엄마하고 소리칠 때마다, 엄마 속에 담겼던 많은 날들의 감정이 솟구쳐 밀려왔다.

엄마를 부르면 해결됐던 수많은 일들과 엄마를 부르며 엄마를 밀어냈던 기억들이 같이 쏟아졌다.

장례식장에서 통곡하지 않았는데,

나는 속 썩이지 않았던 딸이었고 이별을 충분히 준비해 왔으니

담담히 맞이한다며 의연했었는데...

다 틀렸다.

흐려지기는커녕 그리움은 종종 날로 새롭다.

결코 만날 수 없는 엄마가 보고 싶고, 큰 마음먹으면 볼 수 있는 아들을 만나지 못해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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