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흩날리는 것들

by 조은미

희고 작은 꽃송이들이 흩날린다. 세월도 난다. 한 여름에 몸을 풀 딸애의 아랫배도 봉긋해졌다. 아들이란다. 어린애 여럿을 오랫동안 돌보아온 내가 비로소 작고 새로운 혈육을 만나게 되었다. 어떤 녀석일까?


친정엄마 생각이 난다. 연약하고 낡은 몸에 맑은 정신으로 아무개 짝은 누구일까? 손주들의 연애사에 관심 많던 그녀는 아이들의 잔치에 한 번도 참석하지 못하고 떠나셨다.


얼마 전, 꽃나들이 다녀왔다. 수십 년 만에 무려 6년을 거닐던 캠퍼스를 남편과 손잡고 걸었다. 그가 없던 내 청춘을 소환할 사진을 그의 손을 빌어 여러 장 찍고서 동기들 단톡방에 올렸다. 따라온 답글 중 하나가 이렇다. "00는 진달래 아가씨네. 00 엄마의 모습도 보인다. 학교 구경시켜 줘서 고마워~." 작정하고 입은 분홍색 커디건에 나는 진달래 아가씨가 되어 내 엄마를 보여주었다. 사실 친구들이 우리 엄마를 보았을 때 엄마는 지금의 나보다 훨씬 젊었는데...


눈꽃송이처럼 흩날리던 봄꽃잎을 손안에 담고 싶다. 흩날리는 생각들도 소복이 담고 싶다. 그랬다가 다시 훠이 훠이 날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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