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숫자에 약하다. 산수에도 별 흥미가 없던 내가 중학생이 되어 만난 수학은 더욱 낯설었고 그러다 아예 멀어져 갔다. 수학과 이별을 준비하며 영어를 사귀기 시작했다. 그리고 결국 고등학생이 되어서는 수학과 결별에 이르렀는데 그나마 영어가 있어 위로를 삼았다. 그 영어 덕분에 첫사랑의 추억이 만들어졌을 뿐 아니라 이후에는 출중한 영어 실력의 한 남자에게 매력을 느껴 결혼했다. 통역을 하던 남편이 말하길, 학교 다닐 때 제일 쉽고 재미있던 과목은 수학이었다고 해서 부럽고, 신기하고, 좋기도 했다. 숫자에 밝다니 돈도 잘 벌줄 알았는데… 그냥 수학에 숫자만 좋아했다는 것은 아주 나중에야 알았다.
나에게 의미 있는 숫자가 있기는 하다. ‘숫자 3’. 나와 여동생 둘, 우리는 세 자매로 함께 자랐다. 나이 들수록 네 살, 일곱 살 터울의 숫자는 언니로 동생으로 나눌 뿐 우리는 그저 세상 가장 가까운 친구로 살고 있다. 다른 환경의 남편들을 만나 하나, 둘, 셋 자녀 수도 각각이지만 소소한 일상을 나눌 수 있어 고맙다. 특별히 기쁘거나 슬픈 일을 생겼을 때에도 가장 먼저 소식을 전한다. 언제인가 셋이 모여 수다를 떨며 했던 말이 생각난다. 세상을 둘러보고 또 들리는 이야기를 요약해 보면 우리가 사이좋은 것은 재산을 0원 남기신 엄마 덕분이라며 웃었다. 우리에게는 셈할 숫자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