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조은미


사계절 비가 오지만, 봄비는 설레고, 여름비는 시원하고, 가을비는 쓸쓸하고 겨울비는 청승맞다. 대체로 그런 느낌이다. 일기예보 덕분에 우산 없이 비 맞은 기억이 없다. 우리와 달리 외국에서는 비가 오면 대충 그냥 맞고 산다 하니 신기하다. 오래된 뮤지컬 영화 ‘싱잉 인 더 레인’만 봐도 우산을 들고도 노상 비를 맞으며 노래한다. 세상에는 ‘비가 오면 생각나는 그 사람’이 하도 많아 노래가 되었고, ‘나를 울려주는 봄비!’를 들으면 나도 눈물이 날 것 같다. 여름에 소나기를 만날 때면 단편 ‘소나기’가 떠오르곤 했는데, 언제부터인가 아름답지만 너무 슬펐던’ 그해 여름’ 영화의 한 장면도 같이 따라온다. 철 지난 쓸쓸한 유행가 ‘가을비 우산 속’은 금방이라도 흥얼거릴 수 있는 반면, 춥고 축축한 겨울비는 퍼얼펄 내리는 하얀 눈송이에게 밀려 노래나 영화로는 명함도 못 내민다.


홈스쿨링하는 십여 년 중, 9년 10개월 동안 농가주택에서 살았었다. 텃밭에 이것저것 씨 뿌리고, 모종해서 길러 먹었다. 날이 가물 때에 하루에도 몇 번씩 하늘을 쳐다보았고, 비바람에 쓰러진 옥수수와 토마토를 다시 세우고 묶는 수고도 여러 번 했다. 정성으로 키운 배추, 무, 파, 갓을 넣어 김장을 했고, 땅에 묻은 장독에 담아 놓고 꺼내어 먹었다. 단비는 반가웠지만, 무정한 비는 속상했다. 비는 삶의 일부이다.


지난해 삼 월에 나는 선하고 늠름한 소방관 사위를 맞았다. 불을 끄느라 고군분투하는 소방관들을 보면 늘 안전을 빌게 되고, 왠지 남의 일 같지 않았는데 이제 정말 나의 일이 되었다. 산불로 산과 삶이 무너지는 모습을 뉴스로 보면서 폭포 같은 빗줄기가 하늘에서 내려오길 간절히 바라건만 그런 해피앤딩은 없었다. 화마가 지나가고 한 계절을 지나 도착하는 올여름 장맛비에 더 이상 우는 사람이 없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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