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릴 적 달리기를 못했다. 날쌔게 뛰는 친구들이 부러웠다. 뛰는 폼이 영 이상해서 내가 뛰면 아이들이 웃었다. 꼭 쥔 주먹 뒤 팔꿈치는 양옆으로 흔들리고, 발과 종아리도 나풀댔다. 그러니 체육시간이 좋았을 리 없고 몸이 조금만 불편하면 양호실로 도망갔다. 왕복 달리기를 배우던 수업시간이 생각난다. 내가 한번 갔다 오니 선생님이 1년~~! 하셨다. 두 번째로 다녀오니 아이들이 2년! 했다. 나는 부끄러웠다. 이후로 더더욱 뛰지 않던 나는 급기야 대학입시 체력장 800미터 오래 달리기에서 달리다 말았다. 1점, 1점이 소중한 마당인 입시에서 기본점수 20점을 잃고 체육점수는 기권 빵점으로 처리되어 교과목 점수만으로 대학입학시험을 치렀다.
만약 선생님이 폼을 교정해 주셨더라면, 친구들이 웃지 않았다면, 체육시간이 얼마나 중요한 지 알려주었더라면 그리고 누군가 포기하지 말라고 응원해 주었다면, 나는 교단에 서는 선생님이 되었을 수도 있었다.
나의 세 아이들 중 둘은 잘 뛴다. 막내아들은 유소년 축구부에서 칭찬받으며 뛰었다. 둘째는 딸인데 잘 뛴다. 달리기에서 1등도 했다. 다람쥐 같은 남편을 닮은 것 같다. 아이들이 멋지게 뛸 때 나는 기쁘고 신기했다. 그런데... 큰아들은 날 닮았다. 어쩌면 폼도 비슷하다. 그러나 저러나 아들의 뛰는 모습을 보고 웃는 사람은 없다. 독일에 사는 큰 아들은 종종 조깅을 즐긴다고 했다.
셋은 이제 각자 자기의 길을 가고 있다. 어떨 때는 걷는 것 같고, 어떨 때는 달리는 것 같다. 나는 늘 온 마음으로 응원한다. 누구는 빠르고, 누구는 느리기도, 어떤 길은 쉽고, 어떤 길은 힘겨워 잠시 멈출 수도 있다. 나는 계속 응원한다. 즐거이 갈 수 있도록… 나에게 응원은 그냥 사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