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독히도 더웠던 지난여름의 푸념을 날린 지 여러 날이 지났다. 계절 옷을 정리해야 할 때가 또 왔다. 얇고 짧은 소매 옷과 긴 팔 옷을 바꾸는 으레 하던 일을 하는 마음이 수선스럽다. 손이 가지 않았던 여름옷들을 과감히 바깥 분리수거함에 넣고 왔다. 가을 겨울옷을 담은 수납함 안이 역시 빽빽하다. 두툼한 바지들이 너무 많다. 나이 들수록, 날이 추울수록 점점 더 바깥일도 줄텐데... 욕심냈던 바지들은 보기에만 든든하다. 봄에 떠나보낼 여러 벌의 바지들을 켜켜이 쌓았다.
아직도 걸려있는 엄마 옷 몇 벌이 보인다. 문득문득 떠올랐던 그리움이 한꺼번에 밀려오고 영락없이 핑그르르 눈물이 돈다. 옷을 꺼내 들어 내 몸에 대어보고 거울 보기를 몇 차례, 계절이 얼마나 더 가고 와야 이것들을 영영 치울 수 있을지 모르겠다. 구석 쪽으로 제법 많은 막내아들 옷도 보인다. 자취방이 옹색해서 내 옷장에 보관된 이것들과 또 교환할 그것들이 오고 갈 날을 정해야겠다. 날이 천천히 깊어지면 좋겠다. 잦은 가을비 때문인가 스산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