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1. 계단과 열쇠
아들의 집은 3층, 우리식으로는 4층이다. 계단 한 칸의 높이가 다르고 개수도 많다. 집안은 층고가 높으니 답답하지 않고 시원해서 좋지만 나는 오르기 힘들었다. 한 층 올라가며 머플러를 풀고 그 다음 층에서 패딩의 지퍼를 내리고 마지막에는 겉옷을 벗어 들고 잠시 숨을 고르며 등반하듯 올라갔다. (체력을 키워야지 다짐하며...) 문에 번호키는 없다. 모두 열쇠를 쓴다. 지난 2주와 이번 3주 동안 프랑크푸르트에서 번호키를 본 적이 없다. 열쇠는 대부분 복제가 불가능한 코드가 등록되어 있다고 했다. 편리함보다 신뢰하는 확고한 보안 기준이 먼저였다.
#2. 엘리베이터
비교적 신식 건물이 모여있는 나의 숙소에는 감격스럽게도 엘리베이터가 있었다. 내 방은 5층. 1층을 세지 않으니 역시 6층에 해당한다. 천천히 오르내리는 엘리베이터에는 1층 대신 알파벳 E 가 있고, 닫힘 버튼 ( > < )은 없다. 서서히 오르내리는 엘리베이터의 바닥이 건물의 각 층바닥에 정확히 수평이 맞추어진 것을 확인해야 한다. (문이 열리는 동시에 급히 내리다가 발이 걸려 넘어질 뻔) 서서히 내려가는 E 버튼을 누를 때마다 기분이 묘했다. 내가 생각하는 1층, 그곳을 알려주는 알파벳 E 가 Earth의 E 일지도 모른다는 말을 들은 후, 엘리베이터에서 내릴 때마다 마치 하늘에서 지구로 하강하는 듯한 묘한 감정을 즐겼다 (너무나 천천히 운행되기에 가능했음) 꼭 쥐고 다녔던 소중한 열쇠 꾸러미 속에서 건물 유리문과 방문에 맞는 열쇠를 찾아 돌리고 돌리며 숙소를 이용했다.
#3. 울퉁불퉁 돌바닥과 편편한 보도블록
독일의 길바닥에는 울퉁불퉁한 돌들이 박혀있다. 원형이나 타원형으로 모양을 내어 이국적이다. 오페라 극장 곁 광장이나 크리스마스 마켓이 열렸던 곳 말고도 대부분 다져진 흙 사이에 돌들이 정성스레 눕혀져 있다. 멀고 먼 옛사람들도 지금 내가 걷는 같은 길을 걸었겠지 하는 생각이 자연스레 들기도 했지만 그 아름다운 길은 내가 걷기에 너무 불편했다. 독일에서 지냈던 마지막 이른 아침이 생각난다. 숙소에서 아들네까지 캐리어를 끌고 가야 했는데 손에 잡힌 캐리어는 마치 말 안 듣는 아이가 억지로 끌려가듯 나를 괴롭히며 발길을 끊어냈다. 그렇게 실랑이하며 걷다가 마치 휴식시간 같은 새로 정비된 편편한 보도블록을 걸었다. 전쟁 때에 피격된 구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