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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은미 Mar 31. 2022

치과에서 (2)

브릿지, 아직도 적응 중 

치과(1)에서 말했듯 작년 말에 했던 새해 도전 중 하나가 못난 삐뚤이 앞니 두 개를 빼고 가지런한 이로 바꾸는 일이다. 치과의사의 친절한 설명과 그 자신만만함에 이끌려 설레는 마음으로 결정했다.


생니 두 개를 제거하기 위해 잇몸에 여러 방의 마취주사를 맞았다. 생각보다 많이 아팠다. 사랑니 외에 발치한 적이 없었으므로 깊이 박혀있던 멀쩡한 이를 무자비하게 제거하는 과정은 정신이 없었지만 그 자리에 단정하게 자리 잡을 고른 이를 상상하며 참았다. 발치 후 옆의 멀쩡한 이도 기둥이 되기 위해서는 크기를 줄여야 했다. 전동 갈갈이로 양 옆의 이를  갈아댔다. 물론 신경에 닿지 않도록 해야 하는 정교한 작업이다. 이것을 브릿지라고 했다. 본을 뜬 후, 기둥 역할의 이까지 가지런한 의치로 감싸 접착 고정시키면 나란히 나란히 가지런한 여러 개의 앞니가 생기게 된다. 


임시치아는 어지간히 불편했고 어색했다. 말 그대로 임시 치아라고 위안했지만 윗니가 아랫입술에 다 닿았고 이물감이 심했다. 집으로 오는 길에 아까 잠시 거울로 본 발치 전 후의 나의 앞니가 생각났다. 마음에 쿵 소리가 들렸었다. 거무스름하면 좀 어떻다고... 내가 무슨 짓을 한 거지? 치아 두 개가 동시에 사라졌으므로 잇몸 꺼짐이 심했다. 임시치아와 잇몸 사이로 바람이 세니 발음도 샜다. 맞춤 치아를 여러 번 다듬고 완전히 고정 접착하기까지 석 달이 넘게 걸렸다.


앞니가 가지런해졌는데 그리 기쁘지가 않다. 3주가 지났는데도 이물감이 느껴진다. 얼마나 지나야 편해질까? 두툼한 의치 두께로 입 안 공간이 줄었다. 웃을 때에는 얼마큼 웃어야 할지 모르겠다. 치과 진료 후 찍은 사진 속 나는 어색하기만 하다. 예순이 넘게 울고 웃었던 내 입매가 낯설어 죽겠는데 남편은 이쁘다고 한다. 예전에도 이뻤고 지금도 그렇다고 한다. 이러다 믿어질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저러나 새해 첫 미션을 성공한 것으로 치고 후회는 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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