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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은미 Apr 02. 2022

심심함과 외로움 그리고 음악

홈스쿨 이야기

정해진 분량의 학습을 마치고 집안일 끝내면 아이들의 자유 시간은 정말 자유로웠다. 마당 이곳저곳을 어슬렁 거리기도 하고, 마음껏 책을 읽기도 하고 서로 함께 놀기도 다투기도 했다. 가끔 눈에  띄는 녀석은 지붕위에서 찾기도 했는데 노을을 보면서 무슨 생각을 하는지 나는  수가 없다. 그런  시간에 그저 거실에 틀어놓은 라디오에서는 클래식 음악들이 흘렀다. 차례로 아니,  같이 귀가 열리면서 자연스럽게 아이들은 들리는 선율이 어떤 악기로 구성되고 연주되는지 관심을 갖고 스스로 좋아하는 음색의 악기들에 애정을 보였다.


나의 스무 번째 집, 아이들에게는 다섯 번째 집인 이 대화동의 농가 주택에서 사는 동안 정말 많은 사람들이 우리를 찾아왔다. 홈스쿨에 관심을 갖은 사람들은 우리가 어떻게 사는지 궁금해했다.


처음엔 지역 신문에 실리더니 어떻게 알았는지 유명 여성지에서도 찾아왔고 교육 섹션에 우리의 모습과 이야기가 실렸다. '빛과 소금'이라는 기독교 신앙지와 후원사인 현대기아차 사보에도 올라왔다. 교육학을  전공한다는 몇몇 예비 박사들이 논문에 싣겠다고 인터뷰를 해갔고, 케이블 티브이를 거쳐 KBS 방송국에서도 찾아와 영상을 찍어갔다. 그리고 저녁 뉴스 시간에 온 가족이 공중파를 탔다. 호기심 가득한 질문들에 우리는 우리의 일상을 담담히 말했다.  "대학 입학을 목표로 삼지 않고 그냥 잘 살고 있습니다. "

아이들에게 했던 질문 하나가 아직도 생각난다.

"친구 없이 집에 만 있으니 외롭지 않니?" 큰 아이는 말했다.

"심심한 적은 있어요. 그렇지만 외롭지는 않아요."

홈스쿨이  우리 교육의 신선한 대안이 될 수 있을까?라는 화두를 던지고 영상이 내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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