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조은미 Apr 07. 2022

나는 베이비시터다.

내 아이들이 다 컸다.  어느새 다 컸다.


첫 아이를 낳고 나니 세상의 아기들이 다 사랑스러웠다. 내 아이가 어린이가 되자 모든 어린이가 이뻤다. 아이도 어른도 아닌 어중쭝한 청소년기에 내 아이는 웃기기도 귀엽기도 무섭기도 했다. 아빠 몸집 넘어서며 믿음직한 군인이 되니 전국의 군인들이 곧 내 아들이기도 했고, 기막히게 꽃단장하는 딸아이는 내 눈 안의 절세 미녀가 된다. 청년들은 모두 사윗감 후보요, 처자들은 전부 예비 며느리다.


나는 나이를 많이 먹었다.


다시 아가들이 사랑스럽다. 할머니 소리를 듣는 친구에게 안부인사라도 할라치면 손주 사랑에 숨이 넘어간다. 내 아이들 자랑으로 낙을 삼던 친정 엄마 생각이 난다.


나는 여전히 젊고 열정이 남았다.


따스한 손길이 필요한 아가들에게 다가갈 기회가 생겼다. 힘겨웠던 내 젊은 엄마 시절이 떠오른다. 도움이 되고 싶은 마음 담고 아이와 엄마를 만나기 앞서 두근대던 그 설렘을 어찌할까.


다 큰 아이들, 아니 다 자라 버린 나의 청년들이 차례로 독립할 때, 나는 여린 순 같은 모습과 목소리와 마음과 영혼을 가진 새로운 친구들을 사귀었다. 몸에 익힌 돌봄 만을 제공할 수는 없다. 우리는 친구가 되었다. 같이 놀고 서로 배우며 깔깔대고 있다. 나는 너희를 너희는 나를 사랑하는 사이가 되었다.


나의 또 다른 이름은 베이비시터다.

작가의 이전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