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란함의 의미
봄꽃은 꽃이 먼저 핀다. 목련을 선두로 개나리, 진달래에서 벚꽃., 살구꽃, 산수유까지 꽃이 먼저 얼굴을 내밀고 돌아서야 잎이 펼쳐지고 푸르러진다. 이 꽃들의 손짓에 사람들은 밖으로 불려 나간다.
길고 지루한 겨울의 끄트머리에 살짝 결을 바꾼 바람에도 우리는 수선스럽다. 그 들쭉날쭉 변덕스러운 날씨와 높은 기온 차를 통과하면서 세상은 흐드러진 새순과 새싹의 만개에 무장해제된다.
이때의 봄비는 뿌리를 땅에 내린 모든 것들에게 생기를 북돋아 주지만 우린 낭만에 그저 취하지 않은 채 멋 내기에 거리 두기를 하고 보온에 신경 쓰는 옷차림이어야 무탈하다.
기다림 끝에 오는 행복을 맞을 때도 요 정도의 신중함이 필요하다. 늘 설레지만도 않을 것이며 변덕스러운 감정의 일교차로 앓아누울 수도 있다.
그래도 아름답다. 새 계절 눈앞에서는 늘 그렇다. 보이는 묵은 것과 보이지 않는 낡은 것을 정리하기 좋은 때이다. 살랑이는 향기에 끌려 밖으로 뛰쳐나가 흩날리는 꽃잎을 맞는 일 못지않게 더는 마음이 가지 않는 물건과 유통기한 지난 상한 생각들을 처리하기에도 좋은 시절. 안과 밖이 모두 신선해지기에 십상인 계절이 바로 봄이다. 그래야 녹음 짙은 더욱더 푸르른 여름을 감당할 수 있다. 봄의 찬란함의 의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