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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은미 Apr 04. 2022

찬란함의 의미


봄꽃은 꽃이 먼저 핀다. 목련을 선두로 개나리, 진달래에서 꽃., 살구꽃, 산수유까지 꽃이 먼저 얼굴을 내밀고 돌아서야 잎이 펼쳐지고 푸르러진다.  꽃들의 손짓에 사람들은 밖으로 불려 나간다.


길고 지루한 겨울의 끄트머리에 살짝 결을 바꾼 바람에도 우리는 수선스럽다. 그 들쭉날쭉 변덕스러운 날씨와 높은 기온 차를 통과하면서 세상은 흐드러진 새순과 새싹의 만개에 무장해제된다.


이때의 봄비는 뿌리를 땅에 내린 모든 것들에게 생기를 북돋아 주지만 우린 낭만에 그저 취하지 않은 채 멋 내기에 거리 두기를 하고 보온에 신경 쓰는 옷차림이어야 무탈하다.


기다림 끝에 오는 행복을 맞을 때도 요 정도의 신중함이 필요하다. 늘 설레지만도 않을 것이며 변덕스러운 감정의 일교차로 앓아누울 수도 있다.


그래도 아름답다. 새 계절 눈앞에서는 늘 그렇다. 보이는 묵은 것과 보이지 않는 낡은 것을 정리하기 좋은 때이다. 살랑이는 향기에 끌려 밖으로 뛰쳐나가 흩날리는 꽃잎을 맞는 일 못지않게 더는 마음이 가지 않는 물건과 유통기한 지난 상한 생각들을 처리하기에도 좋은 시절. 안과 밖이 모두 신선해지기에 십상인 계절이 바로 봄이다. 그래야 녹음 짙은 더욱더 푸르른 여름을 감당할 수 있다. 봄의 찬란함의 의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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