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에 첫 연애를 했고, 봄에 결혼했다. 남편이 첫사랑은 아니다. 한참이나 시간이 흐르고... 두 번째 연애요 마지막 사랑인 남편을 만나고서야 그 선배 생각이 멈추었다. 봄이 와도...
참 오래도 걸렸다. 첫눈에 반해 시작한 서툴고 어수룩한 사랑은 미안함과 후회로 짜인 천조각 같았다. 올이 빠진 천처럼 쓸모 없는 미련을 딴 세상 사람 같은 남편이 다른 사랑으로 날려버렸다.
비가 잦던 그 해 봄, 한 우산 아래 매달려 이리저리 쏘다녔던 어릴 적 기억을 4월의 혼인식 날 흩뿌렸던 봄비가 아름답게 정리했다. 오래전 봄이 준 이쁜 추억조차 지금 내 모습으로 이끈 섭리라니 감사하다.
봄은 아름답다. 죽은 것 같던 것이 살아있음을 확인하는 기쁜 계절이다. 늘 따사롭지도 않고 바람 불고 비 오고 이따금 기이하게 눈발이 날리기도 하지만 모두 알고 있다. 봄은 뒤로 물러나지 않는다. 전진뿐이다. 여름을 향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