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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은미 May 05. 2022

꽃다발

나의  꽃다발은 오래된 사진첩 속에 있다. 졸업장과 함께 꽃다발을 끌어안고 환하게 웃고 있는  보면 졸업  축하한다며  품에  듯하다. 그리고  오랫동안 꽃향기를 다발로 맡는 일은 없었다.


고백과 함께 받은 꽃 몇 송이가 생각난다. 그리고 순백의 신부가 되어 가슴 앞에 '부케'라 일컫는 꽃다발을 떨리는 손으로 오므려 쥐고 행진했다. 한참 시간이 흐른 뒤, 아이들이 무대에 서면서부터는 이제 내가 꽃다발을 준비한다. 연주가 끝난 후 전하는 꽃다발에는그동안의 수고와 이루어낸 성취를 칭찬하고 격려하는 마음이 담겨있다.


꽃다발은 '사랑'이어서 받는 기쁨 못지않게 줄 때 더욱 행복하다. 그러나 그 마음을 알기 전, 남편 손에 들려온 꽃선물을 기뻐하거나 감사하기는커녕 꽃값으로  살 수 있는 다른 것을 떠올리며 아쉬워했다. 아직도 미안하다.


딸아이는 때마다 꽃다발을 챙긴다. 엄마 아빠의 결혼기념일이나 생일마다 심지어 오빠나 동생의 생일에도 종종 오빠와 동생을 낳아주어 감사하다며 나에게 꽃을 보내고, 성탄절 즈음에는 붉은 마음 듬뿍 담긴 꽃다발을 들고 집을 찾는다.


지난주, 코로나 확진이 되어 격리 중인 딸아이의 오피스텔 문 앞까지 만 다녀왔다. 좋아하는 작약과 어우러지는 잔꽃들과 향 좋은 잎가지 몇 개를 모아 만든 꽃다발을 준비했다. 격리 중에 먹을 죽과 과일과 함께 문 앞에 두고 왔다. 힘내라고, 마음이 좋아지라고! 꽃을 보면 더 빨리 나을 수 있을 것 같아서 쾌차를 미리 축하하는 꽃다발을 맨 위에 올려놓았다. 우리가 엘리베이터에서 내렸을때, 현관문 밖에 놓인 우리의 흔적을 안에 들여놓으며 울컥했다고 연락이 왔다.


꽃다발이 열일했다. 고맙다. 꽃다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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