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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은미 Sep 19. 2022

하늘 (노을)

얼마 전에 지인들과 함께 꽤 인상적인 카페에 다녀왔다. '낙조 감상'으로 입소문 난 곳이다.


파주의 넓은 들판 위에 세워진 마치 아웃렛 쇼핑센터 같은 이 대형 건물은 도심이나 혹은 마을의 카페와는 완전히 달랐다. 내부도 대단했다. 이국적인 수목들로 가득 채워 마치 실내 식물원처럼 꾸며놓은 그 규모와 멋짐에 감탄이 나왔다. 자리를 찾아 이동하면서 우리는 곳곳에 마련해놓은 사진 촬영 공간을 보았는데 카페 설계자의 자부심과 다정함을 느껴졌다. 그들의 의도대로 잠시 멈추어 사진 몇 장을 남기면서 계단을 올랐다.


3층에 자리잡았다.  2인용 푹신한 소파들이 벽 전체가 유리로 된 큰 창을 향해 나란히 나란히 놓여 있었다. 그 모양이 바닷가 모래사장의 파라솔 군단처럼 보이는 것이 생소하면서도 반가워 미소가 나왔다.


담소를 나누면서도 나는 간간히 창 밖에 시선이 갔다. 맑은 하루가 아니었던 해 질 녘의 하늘은 불타는 듯 강렬하지않았지만 붉음의 여운이 다른 소박한 구름을 담고 있었다.


사실 이렇게 여럿이 하늘을 보는 일은 흔치 않다. 보통은 혼자 고개를 든다. 부엌일을 마친 후 싱크대 옆 작은 창 밖의 하늘을 보고, 길을 걷다가, 차를 타고서 본다. 하늘을 보며 마음속 깃들었던 그리움을 곱씹기도 하고 또 간절한 소원을 읊조리기도 한다. 그렇게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하늘은 나 만의 하늘이 된다.


오래전 허리 수술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올 때 나는 복대를 단단히 채우고 자동차 뒷자리에 누워서 왔다. 차창 밖으로 퍼뜩퍼뜩 스쳐 지나는 물든 플라타너스 수많은 잎새 사이로 보았던 청명한 가을 하늘은 병상을 털고 귀가하는 나를 축하해 주는 것 같았다. 오래된 옛 사진과 함께 찍힌 선명한 추억이 기억에 남아있다.


때로는 일상에 파묻혀 고개를 들지 못했던 나날도 있고, 하늘이 보였으나 바라보지 못했던 때도 있고, 그 어둡고 깊은 하늘빛이 무서워 고개를 숙였던 순간도 있지만 늘 우리를 내려다보았던 하늘과 요즈음은 무척 가까워진 기분이 든다. 아마도 나이 탓인가 하다가 종종 하늘이 너무 이쁘다며 사진을 찍어 보내주는 딸을 보면 나이와 상관이 없는 일 같기도 하다.


오늘은 분홍 구름을 보았다.

파란 하늘에 둥둥 떠있는 흰구름 사이 분홍 물이  구름은 예뻤다.

구름을 보다가 문득 낙조 감상 카페에서 사실은 하늘보다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의 눈동자를  많이 바라본 것이 생각났다. 하늘도 예쁘고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하는 하늘 아래의 시간은  아름답고 그렇다.

노을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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