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지인들과 함께 꽤 인상적인 카페에 다녀왔다. '낙조 감상'으로 입소문 난 곳이다.
파주의 넓은 들판 위에 세워진 마치 아웃렛 쇼핑센터 같은 이 대형 건물은 도심이나 혹은 마을의 카페와는 완전히 달랐다. 내부도 대단했다. 이국적인 수목들로 가득 채워 마치 실내 식물원처럼 꾸며놓은 그 규모와 멋짐에 감탄이 나왔다. 자리를 찾아 이동하면서 우리는 곳곳에 마련해놓은 사진 촬영 공간을 보았는데 카페 설계자의 자부심과 다정함을 느껴졌다. 그들의 의도대로 잠시 멈추어 사진 몇 장을 남기면서 계단을 올랐다.
3층에 자리잡았다. 2인용 푹신한 소파들이 벽 전체가 유리로 된 큰 창을 향해 나란히 나란히 놓여 있었다. 그 모양이 바닷가 모래사장의 파라솔 군단처럼 보이는 것이 생소하면서도 반가워 미소가 나왔다.
담소를 나누면서도 나는 간간히 창 밖에 시선이 갔다. 맑은 하루가 아니었던 해 질 녘의 하늘은 불타는 듯 강렬하지않았지만 붉음의 여운이 다른 소박한 구름을 담고 있었다.
사실 이렇게 여럿이 하늘을 보는 일은 흔치 않다. 보통은 혼자 고개를 든다. 부엌일을 마친 후 싱크대 옆 작은 창 밖의 하늘을 보고, 길을 걷다가, 차를 타고서 본다. 하늘을 보며 마음속 깃들었던 그리움을 곱씹기도 하고 또 간절한 소원을 읊조리기도 한다. 그렇게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하늘은 나 만의 하늘이 된다.
오래전 허리 수술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올 때 나는 복대를 단단히 채우고 자동차 뒷자리에 누워서 왔다. 차창 밖으로 퍼뜩퍼뜩 스쳐 지나는 물든 플라타너스 수많은 잎새 사이로 보았던 청명한 가을 하늘은 병상을 털고 귀가하는 나를 축하해 주는 것 같았다. 오래된 옛 사진과 함께 찍힌 선명한 추억이 기억에 남아있다.
때로는 일상에 파묻혀 고개를 들지 못했던 나날도 있고, 하늘이 보였으나 바라보지 못했던 때도 있고, 그 어둡고 깊은 하늘빛이 무서워 고개를 숙였던 순간도 있지만 늘 우리를 내려다보았던 하늘과 요즈음은 무척 가까워진 기분이 든다. 아마도 나이 탓인가 하다가 종종 하늘이 너무 이쁘다며 사진을 찍어 보내주는 딸을 보면 나이와 상관이 없는 일 같기도 하다.
오늘은 분홍 구름을 보았다.
파란 하늘에 둥둥 떠있는 흰구름 사이 분홍 물이 든 구름은 예뻤다.
구름을 보다가 문득 낙조 감상 카페에서 사실은 하늘보다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의 눈동자를 더 많이 바라본 것이 생각났다. 하늘도 예쁘고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하는 하늘 아래의 시간은 더 아름답고 그렇다.
노을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