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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은미 Nov 30. 2022

모카에게

모카야, 엄마는   , 자세히는 9 11개월 , 너를 처음 만난 날이 또렷이 기억나. 너를 나에게 넘겨주었던 보호소 언니는 안도와 기쁨의 눈물을 흘렸었지. 안락사 공고일이 바로  앞이었다면서 말이야. 그러나 나중에 알게 되었어. 우리가 너를 구조한 것이 아니라 때마다 가족들의 마음을 구조해준  너였다는 것을 ….


두려움 가득찼던 눈빛이 사라지면서 너는 햇살 같은 미소를 보여주기 시작했어. 꼬불꼬불 연갈색 털의 복실한 너를 안고 있을 때면 힘겹게 다가왔던 사사로운 일상의 근심과 걱정의 묵직함이 그저 녹아내리곤 했단다. 존재 만으로 사랑과 위로와 기쁨이 된다는 말이 무엇인지 알게 해 주었구나.


늘 침대의 발치에 자리 잡아 잠들곤 하던 네가 어느 날부터 나의 가슴께로 파고들며 잠을 청할 때 나는 너의 작은 심장에 문제가 생겼다는 것을 알아채지 못했어. 미안해. 여전히 귀엽고 발랄하며 산책이 즐겁고 달리기가 신나는 너도 나이가 들었다는 것을 잊지 말았어야 하는데... 너의 하루는 나의 하루와 같지 않다는 것을 말이지.


모카야, 언니와 오빠들이 하나둘씩 독립하여 집을 떠날 때에도 너는 항상 곁에서 엄마 마음의 빈자리를 채워주었었지. 얼마나 사랑하고 의지하는지 온 몸으로 끊임없이 보여주었어. 고마워. 너무나 소중한 나의 모카야. 너의 세상에 모든 것이 될 수 있는 기회를 주어서 고맙고 고마워. 그런데 마지막 순간까지 온 힘 다해 애정을 표현하고 떠난 네게 엄마는 최선을 다하지 못한 것 같아서... 그래서 너무 빨리 이별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 마음이 너무 아프고 또 슬프구나.


모카야, 엄마는 너의 이름을 소리 내어 불러본다. "모~카야~!" "모~카야~!" "모카?? 모카?"

어디에서인가 톡톡톡톡 발소리를 내며 냉큼 눈앞에 나타날 것 같아. 너를 부르는 나의 목소리가 너무 익숙한데 너는 보이지 않는구나. 사랑하는 모카야, 다시 만나고 싶다. 엄마가 미안하고, 엄마가 고맙고, 엄마가 사랑해. 너의 웃음이, 너의 재롱이, 너의 촉감과 따스한 체온이 너의 사랑이 너무 그립고 그립다.


한 줌으로 변해 조그만 단지에 담겨버린 네 옆에 예쁜 너의 사진을 진열하려고 해. 함께 했던 세월 속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찾는 중이야. 그러면 엄마는 거실 한켠에 시선이 머무를 때마다 널 기억하고 쓸쓸해하지 않을 수 있을 것 같아. 우리가 다시 만날 순간이 오면 좋겠다. "모~카야~!" 하고 부르면 달려와 품에 안겨줄 거지?? 모카야, 그때까지 안녕~ 우리 모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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