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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은미 Dec 06. 2022

지문

휴대폰 지문인식이 먹히지 않는다. 엄지 손가락 지문이 싹 지워졌다.


이삿짐을 줄이려 정리하고 또 정리하고 새 집에 도착해 쓸고 닦고 했더니 없어졌다. 지문이 사라진 체로 뭘 하려니 번거롭다. 혹시 다시 돌아오지 않았는지 시도해보는데 이사를 마친 지 달 반이 지났건만 아직이다. 새로운 집에서 예전보다 조금 더 깔끔을 떠는 중이라 지문이 돌아오는 것이 편치 않은 듯싶다.


가만 생각해보니 오래전에도 지문이 없어진 적이 있었다. 아이들이 어렸을  아마 유치원 하나에 초등생 둘이었던  같다. 아이들 셋이  작은 편이었으나  걱정하지 않았는데 나보다  조카들을 신경 쓰는 동생에게  소리를 들었다. 뭐라도  먹이라는 말이었는지 주사라도 맞히라는 말이었는지 가물거린다.


나는 그냥 그날 밤부터  오랫동안 아이들이 잠자리에 들기 전에 조르륵 눕혀놓고 차례로 발과 다리 마사지를 해주었다. 말랑한 발바닥을 조물조물 꾹꾹 눌러주고 뒤꿈치에서 발가락 시작되는 곳까지 양쪽 엄지손으로 쭈욱 쭈욱 밀었다. 발가락을 잡아 튕기기도 하고 발등을 문대다가 종아리를 거쳐 무릎까지 주물렀다. 그리고  손으로 두발을 잡고 쭉쭉 당기며 "우리 000 쑥쑥 자라게  주세요~~!" 하고 마무리했다. 이렇게 차례로 했다. 애들은 처음엔 간지럽다며 발을 오그리고 하더니만   시원한 맛을 알게 되었는지 아니면 저희도 쑥쑥 크고 싶어 참았는지 내가 그렇게 주물러 주는  모두 좋아했다.


그때는 지문이 없어져도 불편한 것을 전혀 느끼지 못했는데 요즈음은 많이 달라졌다. 세상이 변했다.

참, 아들들은 아빠보다 커졌고 딸내미는 나랑 비슷하다. 모두 콤플렉스 없이 잘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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