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잔기침이 남아있어 각별히 몸조심하며 해를 보내고 맞았다.
생일이며 결혼기념일 정도만 소소하게 챙길 뿐 나머지 특별한 날들을 특별하게 보내는 전통이 없는 우리는 굳이 새로운 전통을 만들려고 애쓰지도 않는다. 간혹 "크리스마스는 어떻게 보내실 거예요?"라든가 "새해맞이는 어디에서 하시나요?" 하는 질문을 받을 때면 그 대답은 답변을 기다리는 이에게 매번 그리 만족스럽지 않을 듯하여 미안했다.
다사다난이라는 말을 이토록 실감한 적 없었던 한 해가 덤덤히 저물어갈 때 막내아들에게서 전화가 왔다. 소속된 국립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송년음악회를 유튜브 라이브로 볼 수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다른 일을 하다 말고 남편을 불러앉혀 놓고 티브이 스크린에 연결하여 둘이서 공연을 감상했다. 종종 카메라에 잡히는 연주하는 아들의 모습을 볼 수 있어 반가웠다.
큰 아들 커플과도 영상으로 새해인사를 주고받았고, 하루 이틀 후에 집에 들른다는 딸아이와도 그랬다.
연주회가 끝나고 예술의 전당 앞 광장에서는 새해맞이 불꽃놀이를 시작했다. 직접 보았다면 더욱 황홀했을 불꽃들이 꽤 오랫동안 쉬지 않고 터졌는데 고맙게도 그것까지 전송해 주었다. 이렇게 문명의 이기들을 누리며 새해 열림에 동참했다.
돌아보니 내 곁의 실재는 남편뿐이다. 새해를 기념하는 뽀뽀를 하자며 달려드는 남편만 옆에 두고 새해를 맞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