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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은미 Jan 05. 2023

2023년의 시작은

아직 잔기침이 남아있어 각별히 몸조심하며 해를 보내고 맞았다.


생일이며 결혼기념일 정도만 소소하게 챙길 뿐 나머지 특별한 날들을 특별하게 보내는 전통이 없는 우리는 굳이 새로운 전통을 만들려고 애쓰지도 않는다. 간혹 "크리스마스는 어떻게 보내실 거예요?"라든가 "새해맞이는 어디에서 하시나요?" 하는 질문을 받을 때면 그 대답은 답변을 기다리는 이에게 매번 그리 만족스럽지 않을 듯하여 미안했다.


다사다난이라는 말을 이토록 실감한    해가 덤덤히 저물어갈  막내아들에게서 전화가 왔다. 소속된 국립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송년음악회를 유튜브 라이브로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다른 일을 하다 말고 남편을 불러앉혀 놓고 티브이 스크린에 연결하여 둘이서 공연을 감상했다. 종종 카메라에 잡히는 연주하는 아들의 모습을   있어 반가웠다.


큰 아들 커플과도 영상으로 새해인사를 주고받았고, 하루 이틀 후에 집에 들른다는 딸아이와도 그랬다.


연주회가 끝나고 예술의 전당 앞 광장에서는 새해맞이 불꽃놀이를 시작했다. 직접 보았다면 더욱 황홀했을 불꽃들이 꽤 오랫동안 쉬지 않고 터졌는데 고맙게도 그것까지 전송해 주었다. 이렇게 문명의 이기들을 누리며 새해 열림에 동참했다.  


돌아보니 내 곁의 실재는 남편뿐이다. 새해를 기념하는 뽀뽀를 하자며 달려드는 남편만 옆에 두고 새해를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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