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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은미 Jan 16. 2023

나의 베이비 시팅은

서른 넘어 엄마가 되었고 또 30년을 훌쩍 지나쳤다. 부족한 품 안에서 나를 토닥이듯 아이들은 잘 자랐다. 할머니라 불리는 친구와의 안부인사에 등장하는 그들의 손주 사랑 이야기는 내게 아직 판타지이지만 나는 책을 읽어주고 같이 노래를 하고 힘이 남으면 춤도 추며 놀고 싶어서 아이들을 찾아 나섰다.


새로운 동네에서 네 번째 새 친구가 생겼다. 18개월 최연소 친구와의 만남이 날로 싱그럽다. 4시간을 거의 쉬지 않고 말하며 놀다가 온다.


어린아이와 놀아주는 것이 힘들다고 하는데 나는 진짜 함께 놀다가 온다. 놀아주기는 힘들다. 일이 되니까어쩔  없이 해야 하는 일은  고되기만 하다.


신나게 놀다 보면 놀이는 능숙해지고 다양해진다. 놀면서 배우고 놀면서 자란다. 반짝이는 눈망울을 바라보면 나는 설렌다. 빛나는 수많은 표정들과 앙증맞은 손과  그리고 몸을 움직일  뿜는  에너지가 놀랍다.


라디오 주파수를 맞추듯 아직 말문이 트이지 않은 아이의 마음을 읽으며 나는 계속 말한다. 단어를 말하고 질문을 하고 대답도 듣는다. 책을 소리 내어 읽고 노래도 부른다. 그러면 아이의 어깨와 엉덩이는 들썩이고 나는 따라서 춤을 춘다. 블록을 쌓으면 아이는 그것을 흩뜨린다. 나는 다시 블록을 쌓고 아이는 또 쓰러뜨린다. 아이는 즐겁고 우리는 함께 웃는다. 그러나 무너뜨리는 것처럼 쌓는 것도 재미있다는 것을 아이는 머잖아 알게 될 것이다. 아이가 다치지 않도록 지키는 것은 본능이어서 따로 애쓰지 않아도 된다. 그저 늘 바라보면 아이는 안전하다.


나는 이렇게 베이비 시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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