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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은미 Mar 09. 2023

분주한 삼월

이번 3월은 여느 때보다 분주하다. 돌보는 아가의 어린이집 등원 적응기간이면서 보름 전 우리 집 막내가 된 양순이의 가족 적응 기간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다음 달 초하루, 큰 아들의 연인이 아들의 아내가 되는 혼례날이 성큼 다가오니 그렇게 되었다.


출근길에는 아직 옷깃을 여미다가도 서너 시간 후 집으로 향할 때면 어울러 두른 스카프와 함께 풀어 재낀 모양새로 바뀐 지 벌써 여러 날, 이렇듯 하루하루 바람에 묻은 봄기운이 달라지고는 있지만 사월의 그 변덕스러움이 아들의 소중한 날을 어떻게 꾸밀지는 잘 모르겠다.


나와 남편도 사월에 결혼했다. 사진 찍기 좋은 찹찹한 구름 낀 아침을 지나더니 우리의 시간에 하늘은 비를 뿌렸다. 나는 새하얀 웨딩드레스를 날리며 "에이취, 에이취!" 재채기를 해대었고 다음날 나선 신행길에서는 연신 콧물을 닦았었다. 사월의 일곱째 날이 우리의 결혼기념일이다.


아들은 사월의  첫날 결혼을 한다. 타국에서 만난 이국의 곱디고운 아가씨가 나의 맏며느리가 되는 거짓말 같은 일이 만우절에 진짜가 된다. 아름다운 남산골 한옥마을 속 어느 대감댁 앞마당에서 전통혼례로 예식을 치르기로 했다. 인터넷이라는 신통한 도구 덕에 멀리서도 함께 이것저것을 의논하고 결정할 수 있는 것이 편리하고 감사하다. 지인들의 명단을 작성했다. 아들을 얼마나 잘 아는지, 최근까지 연락을 하고 지냈는지 혹은 그들과의 특별한 추억이 있는지 등등을 고려해서 초대할 사람들의 수를 정했다. 가까운 이들은 한복을 입고 참석하겠다고 하니 그날은 정말 울긋불긋 잔칫날이 될 듯하다


결혼이 줄고 출산이 줄고 인구가 줄어 걱정이라는데 우리 집 세 청년들은 모두 결혼을 원하고 아이를 원한다. 이제 첫 주자가 새로운 가정으로 출발할 준비를 하고 있다. 하나님과 사람들 앞에서 선포하고 나아가는 아들의 혼례날에 바람이 불고 비가 오더라도 아무 상관이 없다. 서로를 향한 사랑과 믿음을 바탕으로 그것을 지킬 수 있는 은혜가 차고 넘치기를 기도한다.


33 , 결혼식을 마치고 가족과 친구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으려 회관  계단에서 포즈를 취할 , 나풀거리는 드레스와 베일로 여러  NG   , 누군가가  목소리로 "결혼식날  오면, ~~  산단다!" 외쳤던 기억,  소리를 듣고 모두가 유쾌하게 웃었던  기억이 롭다. 마음이 분주한 삼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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