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조은미 Feb 28. 2023

백일 만에...

모카 떠난 지 백일이 되던 날, 양순이가 왔다.


이별 후  한 달 내내 슬픔에 빠져있었다면, 두 번째 달로 넘어가니 그리움이 더욱 깊어졌고 세 번째 달이 지나고도 그 낯선 허전함은 익숙해지지 않았다. 지역 유기견보호소 사이트와 개인 구조단체들의 블로그 및 유튜브 방문을 시작했다.


'함께 걸을 개'라는 개인구조단체에서 보여주는 유기견과 구조견들의 구구절절 사연에 안타까워하다가 마침내 '양순이'를 찾았다. [실버푸들, 여, 3.6kg , 번식장 모견, 5세 정도로 추정됨, 성대수술 되어있음.] 임신이 가능한 시점부터 쉬지 않고 출산을 반복하며 새끼 낳는 기계처럼 살아온 모진 견생에서 건져진 슬픈 개가 우리 가족이 되었다.


겁에 질려있고 공격성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작은 개는 품에 안길 줄도 모르고(온몸에 힘이 들어가 경직됨), 앉아. 엎드려. .... 배워본  없고, 이름을 가져본 적이 없어 무심코 튀어나온 "!"라는 소리에  고개를 돌려 바라봤다. 산책의 경험이 전무해서 거리를 거닐며 냄새를 맡거나 바람의 향을 즐겨본 순간이 없는 다른 세상을 살았던 구조견. 푸들치고 특이하다 싶을 정도의  귀와 뽀글뽀글 털이  '' 같아 양순이를 떠올렸고 '양순' 사전적인  '어질고 순함'에도 찰떡으로 어울려 그렇게 지었다.


양순이, 앉아, 엎드려 모르면 어때? 배변 실수 좀 하면 어때? 어차피 차근차근 배울 거고 그 순간 자체가 즐거움일 텐데... 옛날을 지우고 새 이야기를 쓰고 있는 너를 우리는 마음껏 사랑할거야... 여전히 입에 붙은 모카의 이름이 네 이름을 앞설 때가 많아 슬픈 첫사랑의 잔상은 여전히 남아있지만,  저기 저 먼 곳에서 제 몫을 해내는 너를 보며 모카도 기뻐할 거라고 생각해.


생명을 살리는 일을 하고 있는 '함께 걸을 개' 단체에게 고마움의 마음을 한가득 드립니다.

응원하고 축복합니다.


작가의 이전글 사람들 덕분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