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카 떠난 지 백일이 되던 날, 양순이가 왔다.
이별 후 한 달 내내 슬픔에 빠져있었다면, 두 번째 달로 넘어가니 그리움이 더욱 깊어졌고 세 번째 달이 지나고도 그 낯선 허전함은 익숙해지지 않았다. 지역 유기견보호소 사이트와 개인 구조단체들의 블로그 및 유튜브 방문을 시작했다.
'함께 걸을 개'라는 개인구조단체에서 보여주는 유기견과 구조견들의 구구절절 사연에 안타까워하다가 마침내 '양순이'를 찾았다. [실버푸들, 여, 3.6kg , 번식장 모견, 5세 정도로 추정됨, 성대수술 되어있음.] 임신이 가능한 시점부터 쉬지 않고 출산을 반복하며 새끼 낳는 기계처럼 살아온 모진 견생에서 건져진 슬픈 개가 우리 가족이 되었다.
겁에 질려있고 공격성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이 작은 개는 품에 안길 줄도 모르고(온몸에 힘이 들어가 경직됨), 앉아. 엎드려. 손.... 배워본 적 없고, 이름을 가져본 적이 없어 무심코 튀어나온 "야!"라는 소리에 만 고개를 돌려 바라봤다. 산책의 경험이 전무해서 거리를 거닐며 냄새를 맡거나 바람의 향을 즐겨본 순간이 없는 다른 세상을 살았던 구조견. 푸들치고 특이하다 싶을 정도의 큰 귀와 뽀글뽀글 털이 꼭 '양' 같아 양순이를 떠올렸고 '양순'의 사전적인 뜻 '어질고 순함'에도 찰떡으로 어울려 그렇게 지었다.
양순이, 앉아, 엎드려 모르면 어때? 배변 실수 좀 하면 어때? 어차피 차근차근 배울 거고 그 순간 자체가 즐거움일 텐데... 옛날을 지우고 새 이야기를 쓰고 있는 너를 우리는 마음껏 사랑할거야... 여전히 입에 붙은 모카의 이름이 네 이름을 앞설 때가 많아 슬픈 첫사랑의 잔상은 여전히 남아있지만, 저기 저 먼 곳에서 제 몫을 해내는 너를 보며 모카도 기뻐할 거라고 생각해.
생명을 살리는 일을 하고 있는 '함께 걸을 개' 단체에게 고마움의 마음을 한가득 드립니다.
응원하고 축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