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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은미 Feb 16. 2023

사람들 덕분에

작년 4월부터 입주가 시작된 아파트에 추가모집으로 10월에 이사 왔다. 그러나 덕은지구 전체가 새로 조성되는 동네라 우리 집을 제외하고도 여기저기의 도로와 상가며 아파트까지 아직 공사 중이어서 썰렁하고 스산했다.


우리 집 베란다에서 보이는 바로 맞은편 단지 아파트도 그랬다. 낮에는 여전히 마감하는 일군들의 움직임이 보였지만 밤이 되면 어둠이 깊었다. 간간히 점검하는 불빛만 깜박이는 컴컴한 아파트는 외장이 화려해도 을씨년스럽다.


12월이 되자 이삿짐 차가 하나둘씩 보이기 시작했고 그때마다 반가웠다. 빨리 이웃들이 생기기를 기다렸다. 베란다에 나와 어느 집 창의 불이 켜지나 헤아리며 아무도 살지 않는 층과 라인에 혼자 들어와 사는 사람들은 무섭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크리스마스가 지나고 해가 바뀌면서 앞 단지 아파트의 불빛은 늘고 있지만 아직도 빈집이 많다. 경기 탓인가...


입춘이 지나고 절기가 아직 의미가 있다는 것을 알려주듯 따스하다 싶은 날,  아이들의 목소리를 들었다. 자전거와 킥보드를 타고서 소리를 지르며 웃고 장난하는 남매였다. 달려가는 아이들을 한참 바라보다가 나도 모르게 따라 웃고 있는 걸 알았다. 거실로 들어오면서 "아이들은 왜 소리를 지르며 놀까?" "아이들도 스트레스가 있겠지 그걸 푸는 거겠지... 소리 지르면 더 재미있잖아!" 혼잣말로 묻고 길게 대답까지 했다.


일주일에 3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2시까지 베이비 시팅을 다녀올 때 걸어 다닌다. 처음에는 편도 25분 걸렸는데 걷는 속도를 올려서 5분을 줄였다. 그렇게 오고 가며 거리를 본다. 완공된 상가에는 상점들과 학원이며 병원이 속속 개업을 하고 아직 짓고 있는 상가에는 분양 깃발이 나부낀다. 보도블록 가장자리에 안전 펜스를 설치하고 있고, 곳곳의 신호등이 제 역할을 시작했다.


일을 끝내고 집으로 향할 때, 일터의 단지입구에서 초등학생 여자아이의 수줍은 인사를 받았다. 연거푸 이틀이나... "안녕하세요?" 하며 배시시 웃었다. 사랑스러운 아이처럼 반듯하실 아이의 부모님을 상상하며 나도 "그래, 안녕~~!" 대답을 했다.


아이들이 보이고, 엄마들이 보이고, 유모차의 아가들이 보이고, 강아지와 산책하는 견주들과의 만남이 정겹다. 집 가까이에 이르면 살짝 오르막 경사가 있다. 기운을 내어 한걸음 한걸음을 옮기고 있는데 앞 쪽 저만치에 휠체어를 탄 아저씨의 뒷모습이 보였다. "제가 밀어 드릴까요?" 부지런히 다가가 곁에서 물었다. "아닙니다! 운동하는 중입니다! 감사합니다." 했다. 마저 걸으며 목수건을 풀고 외투의 단추를 열며 정문 쪽으로 들어갔다.


거리가 살아나는 듯해서 기분이 좋다. 모두 사람들 덕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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